미쓰비시重 등 상대 민사사건, 정부는 개입권한 없어
피해자 측에 속도조절 협조 구할 수 있지만 가능성 적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신일본제철ㆍ미쓰비시 등 한국 내 일본기업의 자산매각 절차가 중단될 수 있을까. 미국이 한일 경제분쟁의 조정안으로 한국 측에다 ‘자산매각 절차 중지’ 카드를 내보이면서 현실성 여부가 관심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칙적 불가능”이란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신일본제철이 이를 거부하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5월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국내에 세운 합작회사 주식에 대해 매각명령을 신청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들도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뒤 지난달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 보유한 특허권 6건, 상표권 2건에 대해 매각명령 신청서를 냈다.
‘원칙적 불가능론’은 삼권분립 체제 아래 정부가 법원의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 기댄다. 더구나 자산매각 사건은 국가와 무관한 민사사건이다. 설령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고 싶다 해도 그럴 권한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삼권분립이 확립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건 강제징용 피해자나 상대방 일본 기업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자들이 납득해야 한다”는 ‘피해자 우선주의’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가 이제 와서 강제징용 피해자 설득에 나설 이유가 없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들이 협의를 거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매각 절차를 밟았다”고 하지만 일본 정부 눈치를 보는 일본 기업들이 이제야 갑자기 협의에 나설 리도 없다.
다만, 강제매각 절차를 중지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지연이라도 하는 게 ‘묘수’라는 주장도 있다. 강제매각 절차는 곧바로 진행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강제매각 사실을 알리고, 매각 대상의 가격을 산정하고, 그 다음 경매 등을 통해 처분한다. 이 과정이 아주 매끄럽게 이뤄진다 해도 최소 반년 이상은 걸린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한 가격 평가가 쉽지 않아 일반적인 강제매각 사건도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다 최근 정치적 상황이나 강제매각 결정의 실효성 등을 감안한 법원의 독자적 판단까지 보태진다면 1년, 혹은 그 이상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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