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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한일 ‘화이트리스트 파국’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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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한일 ‘화이트리스트 파국’ 카운트다운

입력
2019.08.01 20:00
수정
2019.08.01 23:3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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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ㆍ고노 ‘방콕 담판’ 빈손… 정부 ‘日 보복조치 감행’ 잠정 결론

지소미아 재검토 카드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중단” 촉구, 日 변화 없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하루 앞둔 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이 만났으나 기존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우리 측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까지 전달했지만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게 외교부 판단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고노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지난달 4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 작업을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강 장관은 또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우리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 수출규제 조치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만큼, 한국도 여러 한일 안보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노 장관에게 전했다. 이달 24일 만료를 앞둔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본의 태도 변화는 없었다. 양자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 간극이 상당하다. (일본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노 장관은 강제징용을 둘러싼 양국 갈등에 대해 한국이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 담판’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할 것이란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상태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화이트리스트 제외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그렇게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일본 각의 결정 시간에 대해서도 “오전 10시로 추측한다”고 답했다.

일본 측도 막판까지 물러설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 임시국회 개원 첫날인 1일 자민당 중ㆍ참의원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엄중함이 증가하는 국제정세 안에서 국익을 지켜나가 헌법개정 등 곤란한 문제를 한몸이 돼 다뤄가고 싶다”고 말했다. 개헌의지를 밝히는 자리였지만 한일 갈등 상황을 의미하는 ‘국제정세’를 강조하면서 ‘국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강경 드라이브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위성방송 BS TBS에 출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일본 정부 방침에 대해 “100%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관계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게 확실시 되는 만큼 이날 회의에선 우리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응 액션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내리면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는 외교적 해법 마련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시행은 미루는 식의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본을 설득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 간에는 협의를 통해 결국 해결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단 점을 (일본에)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열리는 한미일 회담에 앞서 극적으로 일본의 입장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미국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한일에 다양한 중재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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