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장마는 끝났지만 중부 지방에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당초 장마 종료 후에는 비가 오는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을 것으로 예보됐지만, 장마기간보다 더 잦은 비가 내리면서 기상청이 내놓는 중기예보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매일 사흘 뒤부터 열흘 뒤까지의 ‘중기예보’를 내보낸다. 2일에는 5일부터 12일까지의 기상예보를 내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름철 들어 중기예보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기상청은 31일과 8월 1일 대부분의 중부 지방에 구름이 많겠고 비가 올 확률은 30~40%라고 예보, 강수 확률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31일 중부 지방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서울에는 70㎜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1일에도 20㎜ 이상 내렸다. 기상청은 6월 28일에도 이튿날인 29일 제주도에 최대 300㎜에 이르는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50㎜에 그쳐 시민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여름철 중기예보가 자주 틀리는 이유는 하루이틀 사이 생긴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희 기상청 예보분석팀장은 “우리나라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 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는 사소한 기류 변화나 바람의 방향 변화에 따라 갑자기 비가 내릴 수도 있다”면서 “여름철은 변화무쌍한 기상 특성 상 중기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도 “여름철 강수는 짧은 시간에 변화 폭이 커서 3~4일 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마 종료’라는 표현이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장마가 끝나고 기압골 등의 영향으로 집중호우나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도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강한 남서풍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퍼부었다. 지난달 29일 장마가 종료된다고 기상청이 예보했지만 수도권 지역의 시민들이 31일 오전 내린 갑작스런 세찬 비에 놀란 이유다.
기상청이 사용하는 수치예보모델의 한계도 자주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영국이 개발한 모델을 쓰고 있는데 영국 지형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보니 한국의 지형이나 기후조건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기상청은 올해 말 완성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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