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사령관 “폭력 시위 용납 못해” 거듭 경고
중국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의 ‘폭력성’을 물고 늘어지며 반격에 나섰다. 경찰이 시민에게 총을 겨눴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에 나선 것”이라며 “서방 언론이 악의적으로 상황을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홍콩 주둔 중국군 사령관은 “폭력 시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병력 투입 가능성을 재차 내비치면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일 “반정부 시위대와 서방 언론이 홍콩 경찰의 잔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총을 겨눈 사진을 제시했지만, 이는 카메라 뒤에 숨겨진 상황을 무시한 것”이라며 “다른 장면을 보면 경찰은 폭력 시위대에 에워싸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 경찰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하게 총을 꺼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하거나, 폭력 용의자를 체포하거나, 폭동에 맞서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밤 수백 명의 시위대가 콰이청 경찰서로 몰려가 체포된 시민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때 소수의 경찰을 향해 과격 시위대가 우산과 병, 각종 물건을 던졌고 5명의 경찰이 눈과 입, 팔다리에 화상을 입는 등 심각하게 다쳤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국은 시위대에 밀리고 여론에 혼쭐나는 홍콩 경찰을 감싸면서 동시에 군 지휘관의 입을 빌어 시위대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천다오샹(陳道祥)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령관은 전날 열린 건군 92주년 리셉션에서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력시위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의 주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작전을 지휘하는 천 사령관이 홍콩 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좌시하지 않겠다(국방부)”, “홍콩 기본법의 규정에 따라 대처하겠다(외교부)” 등 중국 정부부처가 잇따라 병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군복을 입은 천 사령관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중국이 차곡차곡 무력 진압의 명분을 쌓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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