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사업비 산정 방식을 합리화해 늦어도 내년 4월부터는 보험 해지환급금 비율을 원금 대비 최대 15%포인트 올리고 보험료도 2~3% 낮추기로 했다. 1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 사업비 및 설계사 모집수수료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보장성 보험의 해지환급금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는 위험 보장을 위한 위험보험료, 설계사 판매수당ㆍ인건비 등 보험사 영업비용인 부가보험료(사업비), 환급금 지급을 위한 저축보험료로 구성된다. 보험을 중도 해약하면 그간 납입한 보험료 원금 중에서 저축보험료만 돌려받는데, 이 때 중도 해약에 따른 보험사 손해를 충당하는 개념의 해약공제액을 떼게 된다.
그런데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해약공제액도 월등히 많다. 금융위는 이런 관행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보장성 보험의 사업비 비중을 저축성 보험 수준으로 낮추고 해약공제액도 지금의 70% 수준으로 내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원금 대비 해지환급금 비율이 종전보다 5~15%포인트 높아지고 보험료도 2~3% 낮아질 걸로 추산된다.
특히 금융위는 중도 해지가 잦은 치매보험에 대해서도 이런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다.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사업비 축소로 당장은 보험사 수익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보험시장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판매수당을 받기 위해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보험을 파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특히 보험사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들은 각 보험사에 높은 판매수당을 경쟁적으로 요구하면서, 소비자 필요와는 무관하게 수당이 높게 책정된 상품을 우선적으로 권유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내후년부터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판매수당 한도를 명확히 해 판매자 요구에 따라 임의로 높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판매수당 선지급 관행을 개선해 과당 영업의 폐단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설계사가 보험을 팔면 1년차에 전체 수당의 90%까지 지급하는 통에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영업 행태가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판매수당 분급제도를 도입, 1년차에 전체 수당의 60%, 2년차엔 40% 지급 등으로 연차별 지급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대신 판매수당의 총액을 늘려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설계사가 판매 1년차에 받을 수 있는 수당은 가입자가 내는 1년치 보험료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해 가짜 계약으로 수당을 챙기는 ‘작성계약’을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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