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이들이 많이 쓰는 말을 ‘급식체’라고 한다.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쓰는 문체나 단어’ 란 뜻으로, ‘버카충’(버스카드충전)처럼 간단히 줄여서 부르거나 ‘ㅂㅂㅂㄱ’(반박불가)처럼 원 단어의 초성 자음을 나열한 것들을 말한다. 짧고 거친 입말과 감각어가 대부분이다. 섬세한 사유와 통찰, 논리적 사고, 풍부한 감각을 담아내는 고차원의 언어들은 밀려난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언어사춘기’란 책에서 사춘기 시기 아이의 언어에서 어른의 언어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어가 깊고 풍부할수록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삶의 반경은 넓어진다는 점에서다. 부모들이 실천할 팁도 제시한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 고상한 말들을 일상적 대화에서 사용하라.’, ‘언어기록장을 만들어 언어 목록을 축적하라.’ 아이들 교육 서적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도 공감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한 사람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말이 그의 삶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애나 어른 모두에게 적용되니까.
언어사춘기
김경집 지음
푸른들녘 발행ㆍ248쪽ㆍ1만4,5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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