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채소 값 하락 영향… 통계청 “일시적 물가 정체” 학계 “소비부진 따른 디플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0.6%에 머물렀다. 벌써 7개월째 지속되는 ‘0%대 저물가’ 현상은 조만간 역대 최장 기록(10개월 연속)도 갈아치울 기세다. 불경기 속에 장기화되는 저물가 국면을 두고, 최악의 경제상황으로 불리는 “디플레이션이다”는 우려와 “디스인플레이션일뿐”이라는 해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일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104.56ㆍ2015년=100 기준)가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3%)을 끝으로 올해 들어 0%대(1월 0.8%)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2015년(2~11월ㆍ10개월 연속)과 1999년(2~9월ㆍ8개월 연속) 이후 역대 세번째로 긴 0%대 물가 기록이다.
지난달 물가를 0%대로 낮춘 것은 주로 석유와 채소류 가격 하락이었다. 작년 7월 배럴당 73.1달러였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달 63.2달러를 기록하며 국내 석유류 물가를 5.9% 떨어뜨렸다.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을 0.27%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풍작으로 채소류 물가도 작년보다 6.4% 급락했다. 무 가격은 27.5% 떨어졌고 마늘(-15.3%), 양파(-14.6%)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1.0%)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만큼 공급측 요인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7개월째 0%대 물가가 지속되자, 연간 물가상승률도 0%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로 점치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였던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와 국제유가 급락이 겹친 2015년뿐이서 일각에선 저물가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 우려에 대해 “(최근 길어지는 저물가 현상은) 디플레보다 ‘디스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날 “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면서 “지금의 저물가는 기후변화와 석유가격 하락 등 외부요인에다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 정책 요인이 반영된 디스인플레이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관계 없이 수요 외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적 물가 정체라는 의미로 디스인플레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학계 등의 디플레 우려는 여전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 요인이나 채소, 석유류 가격 하락 만으로는 장기간 이어지는 저물가를 설명하기 힘들다”며 “현재 상황은 경기 침체, 소비 부진에 따른 디플레가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용어설명
디플레이션: 물가가 하락하며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
디스인플레이션: 통상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경제조정정책. 상승한 물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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