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잊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사할린 잔류자들의 이야기다. 사할린 남부 지역은 일본이 통치하던 시기엔 ‘가라후토’로 불리다가 1945년 일본이 패전한 후 소련 영토에 편입됐다.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너온 일본인 노동자들은 전쟁이 끝난 후 고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이들은 밀려났다.
‘사할린 잔류자들’은 사할린을 고향으로 둔 열 가족의 생애를 담은 기록이다. 한국인 아빠, 일본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2, 3세들의 뿌리는 다층적이다. 그들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외지인인 동시에 다민족, 다문화의 혼재된 정체성을 지닌다. 영토와 역사 문제 등으로 국가 간 대립이 격화하는 시대, 책은 특정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 월경(越境)의 삶에서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사할린 잔류자들
현무암, 파이차제 스베틀라나 지음ㆍ고토 하루키 사진
책과 함께 발행ㆍ328쪽ㆍ1만5,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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