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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아니지만 계속 내리진 않겠다’ 미적지근한 10년 만의 미국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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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아니지만 계속 내리진 않겠다’ 미적지근한 10년 만의 미국 금리 인하

입력
2019.08.01 15:00
수정
2019.08.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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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1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2015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9차례 금리를 올리며 시중자금을 거둬들였던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공식 종료된 것이다. 연준은 다만 이번 금리 인하를 ‘장기적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닌 ‘중기적 조정’이라고 규정,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완전히 전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이 조만간 한두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걸로 내다보면서도 향후 연준 행보 전망에는 혼란을 느끼는 분위기다.

 ◇공격적 금리 인하 기대 지운 연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이틀 간의 회의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종전 연 2.25~2.50%에서 연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금융위기에 맞선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점이던 2008년 12월 이래 처음 단행된 금리 인하다.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할 거란 예측도 없지 않았지만, 인하 폭은 시장 다수의 예상과 부합했다. FOMC 의결문엔 글로벌 경기 전망 악화와 미국 내 물가 부진이 금리 인하 이유로 제시됐다. FOMC는 이와 함께 연준 보유 채권을 매각해 시중자금을 회수하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예정보다 두 달 앞당겨 8월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장기적 금리 인하 주기의 시작이 아니라 중기적(mid-cycle) 조정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은 양호하며 과열 또는 침체를 보이는 부문도 없다”며 “(금리 인하는) 경기하강 위험에 대비한 보험적 성격의 조치”라고 했다. 연준이 이번을 시작으로 공격적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일각의 기대를 견제하는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회견 말미에 “(그렇다고)금리 인하가 이번 한 번뿐이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열어뒀다.

 ◇보험성 인하 vs. 실탄만 낭비 

연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여전히 호황 국면인 자국 경제와 하강 조짐이 뚜렷한 글로벌 경제 사이에서 절충적 입장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비드 베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준 입장에선 해외 경제가 계속 부진할 경우 미국 수출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하는 연준이 금리를 낮추면 다른 국가들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여지가 마련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연준이 미국 경기가 침체될 때 써야 할 실탄(금리 인하)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해 “선제적 통화 완화는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 효과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이나 자산가격 급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내렸지만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평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의결문에 비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며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이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지적했다. FOMC 투표권자 10명 중 2명이 미국 경기 지표가 견실하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결정에 반대한 점도 시장 혼선을 키우는 대목이다. UBS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연준 내부의 컨센서스(합의) 형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그간 미국의 적극적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온 터라, 이런 기대를 약화시킨 연준의 결정으로 자산가격 조정이 일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31일 미국 증시는 파월 의장의 오후 기자회견 직후 가파르게 떨어져 다우(-1.23%) 등 주요 지수들이 1% 이상 하락 마감하고 미국 국채 3년물 금리(연 1.83%)는 0.6% 반등하는 ‘가격 되돌림’ 현상이 일어났다. 미 달러화 역시 강세를 보여 이날 미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0.55% 급등했다.

 ◇연준 기준금리 몇 번 더 내릴까 

다만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추가로 내릴 거란 기대는 유지되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가 1일 취합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11곳의 연준 기준금리 전망치에 따르면 8곳이 연내 한 차례, 2곳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연내 추가 인상 시기는 9월(씨티, 소시에테제네랄)과 10월(노무라)로 갈린다. 연준이 올해 9월, 10월, 12월 등 세 차례 FOMC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IB 전망을 종합한 결과 연준이 연내 1회 추가 인하 후 인내심(patient) 기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 격화 땐 추가 금리 인하 횟수가 2, 3회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연내 추가 금리 인하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도 연내 금리를 재차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 터라 한은이 단독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데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덜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하면 당연히 (인하를)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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