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 전 ‘투수들의 무덤’의 희생양에서, 쿠어스필드 사상 손꼽히는 투수전의 주인공으로 환골탈태했다. 시즌 12승은 미뤘지만 평균자책점을 1.66까지 끌어내리면서 여러 징크스를 한 방에 날린, 얻은 게 더 많은 경기였다.
류현진(32ㆍLA 다저스)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원정경기에서 선발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투구 수는 80개로 효율적이었고, 직구 최고 구속도 93마일(약 150㎞)까지 찍었다.
해발고도 1,600m의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적어 장타가 쏟아지는 타자 친화 구장. 이날 전까지 류현진도 통산 5번 등판해 1승 4패에 평균자책점 9.15로 크게 부진했다. ‘역대급’ 행보를 보이던 올 시즌에도 지난 6월 29일 처음으로 이곳에 섰지만 4이닝 동안 홈런 3방을 포함해 9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리곤 한 시즌에 두 번이나 등판하는 불운한 일정을 받아 들었지만 류현진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점수를 주지 않은 건 처음이며 올 시즌 이 곳에서 5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버틴 두 번째 원정팀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 초반엔 체인지업을, 후반엔 커터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에 따르면 류현진과 첫 호흡을 맞춘 신인 포수 윌 스미스는 경기 후 "솔직히 류현진과 호흡을 맞추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그가 원하는 코스로 자세를 잡아서 던지게 해주면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놀란 아레나도에게 진 빚도 갚았다. 아레나도는 전날까지 류현진에게 홈런 4개를 포함해 23타수 14안타(타율 0.609)를 친 ‘천적’이지만 이날은 3타수 무안타로 막혔다. 류현진은 경기 후 “무실점으로 막아 기쁘다. 오늘은 매 이닝 이번만 막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혼신의 힘을 다했음을 털어놨다.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수비도 모처럼 도왔다. 3회 2사 2루에서 찰리 블랙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레이저 송구’ 덕에 실점하지 않았고, 내야진도 여러 차례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했다. 덴버 지역 스포츠매체인 마일하이스포츠는 경기 후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다운 피칭으로 경기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저스 타선도 콜로라도 선발 헤르만 마르케스에게 막혀 류현진의 승리까지 챙겨주진 못했다. 다저스는 0-0으로 맞선 9회초 스미스의 3점홈런 등을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한편 추신수(37ㆍ텍사스)는 시애틀과 홈 경기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2-2로 맞선 2회 시즌 18호 솔로홈런을 터뜨려 9-7 승리를 도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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