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 논란이 호날두 관련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의 소속팀 유벤투스의 후원업체부터 호날두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까지 보이콧을 독려하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먼저 유벤투스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일본 게임사 ‘코나미’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열기에 호날두 이슈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스포츠게임 ‘e풋볼 PES 2020' 불매 움직임도 보인다. 다만 코나미 관련 매출은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미 측은 1일 "따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벤투스의 메인 스폰서인 ‘지프’는 지난달 26일 호날두가 참가하는 친선경기 전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호날두 특수’를 노렸으나, 오히려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프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며 불매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애초 호날두 내한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려던 지프는 경기 이후 배포하려던 보도자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
호날두가 광고했던 제품과 그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 관련 정보도 돌고 있다. 호날두는 2013년 자신의 이니셜과 등번호를 조합해 속옷 브랜드 ‘CR7’를 론칭한 후 2015년 향수, 2016년 호텔 등 패션과 숙박, 스포츠 용품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한 누리꾼은 호날두의 사업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해당 제품들을 피해 구매하자”고 불매를 권장했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에는 친선경기가 이뤄진 26일 이후 호날두 유니폼 판매 게시글이 150여건 이상 쏟아졌다.
이 외에도 누리꾼은 다양한 방법으로 비판을 이어갔다. '노 재팬(No Japan)' 포스터에 호날두 얼굴을 합성하거나, ‘날두 하고 싶다’는 말을 퍼트리는 식이다. ‘날두 하고 싶다’는 출근만 하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음을 일컫는 온라인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호날두의 출전 불발 자체보다는 경기 이후 유벤투스 측의 대응이 축구 팬들의 화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유벤투스는 지난달 31일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 명의로 보낸 공문을 통해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사과는커녕 잘못이 없다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니, 팬들의 분노가 불매 움직임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내한한 스포츠 스타가 오만한 행동을 해도 항의하는 일이 드물었다”며 “무조건적 숭배에서 벗어나 (스포츠 스타의 불손한 태도에)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은 축구 팬들의 의식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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