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태호 PD, 그가 달라졌다.
지난 2018년 3월, 무려 12년간 MBC 토요일 저녁을 책임지던 간판 예능 ‘무한도전’이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 종영과 함께 ‘무한도전’을 국민 예능 반열에 올리며 ‘스타PD’에 등극했던 김태호 PD의 후속작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김 PD는 이후 약 1년 4개월간 후속 예능을 선보이지 않았고, 세간의 관심 속 오랜 휴식기를 이어왔다.
휴식기 중 모습을 드러냈던 공식석상에서 올 여름 귀환에 대한 계획은 언급했지만, 후속작의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 속 궁금증만 증폭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김 PD가 기습 복귀를 알린 것은 지난 달 12일이었다. 김 PD는 유튜브 채널 ‘놀면 뭐하니?’를 개설, 디지털 버전 ‘릴레이 카메라’ 영상 5편을 연달아 공개하며 본격적인 복귀 시동을 걸었다. 유재석, 조세호, 태항호, 유병재, 딘딘, 유노윤호 등의 짧은 일상을 담은 해당 영상은 공개 약 보름 만에 구독자 20만 명, 영상 누적 조회수 5백 30만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 PD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기다림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 김 PD는 약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 TV 플랫폼에 본격 귀환했다. 토요일 오후 6시 30분 편성을 확정 지은 ‘놀면 뭐하니?’의 첫 방송에 앞서 유튜브에 공개됐던 콘텐츠와 미공개 영상을 모아 편집한 ‘릴레이 카메라 프리뷰’를 해당 방송 시간에 선보인 것이다. 해당 방송의 시청률은 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기세를 모아 일주일 만에 본격적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놀면 뭐하니?’는 프리뷰 방송보다 시청률이 소폭 상승한 4.6%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놓치지 않던 ‘무한도전’ 전성기에 비하면 소박한 기록이지만, 첫 출발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여기에 프리뷰 방송에 비해 한층 다듬어진 콘텐츠의 퀄리티와 유재석부터 하하, 유희열, 장윤주로 이어지는 예측 불가 릴레이 카메라의 향연은 앞으로 등장할 스타들과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머지않아 ‘토요일 예능 강자’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놀면 뭐하니?’가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이날 첫 방송 말미에는 김 PD의 두 번째 프로젝트 티저가 베일을 벗으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예고했다.
김 PD의 두 번째 복귀 예능 ‘같이 펀딩’이 그 주인공이다. 다음 달 18일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30분 방송 예정인 ‘같이 펀딩’은 시청자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국내 최초 펀딩 예능이다. MC 유희열을 비롯해 ‘같이 펀딩’ 프로젝트 1차 라인업으로 유준상, 유인나, 노홍철이 출연한다.
1차 프로젝트 참가자인 유준상은 ‘국기함 프로젝트’, 유인나는 ‘오디오북 프로젝트’, 노홍철은 ‘소모임 프로젝트’를 아이템으로 제안한 가운데, 포털 사이트와 연계한 첫 펀딩은 다음 달 18일 첫 방송 이후 진행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 김 PD는 메인 연출 대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 채현석, 현정완 등 후배 PD들의 메인 디렉팅을 지원 및 총괄한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복귀와 함께 연이어 두 프로젝트를 론칭한 김 PD의 행보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많은 PD들이 메인 연출작과 함께 타 프로젝트 연출을 겸하거나, 시즌제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김 PD는 지난 12년간 ‘무한도전’에만 올인 해 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김 PD의 주가 역시 수직상승 했지만 정작 오랜 PD 생활 동안 자신을 대표할 프로그램은 하나뿐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아쉬움이었다.
김 PD 역시 지난 25일 MBC 사옥에서 진행된 ‘놀면 뭐하니?’ 기자간담회 당시 “지금은 ‘무한도전’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하는 데서 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는데 과거에는 ‘무한도전’이라는 경력 하나 밖에 없어서 어디 가면 부끄러운 이중적 감정도 들었다”며 “작년 ‘무한도전’이 끝났을 때도 뭘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놀면 뭐하니?’와 ‘같이 펀딩’은 김 PD에게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다. ‘대표작=무한도전’이라는 아쉬움을 지움과 동시에 다양한 예능 장르에서의 도전 및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어 기자간담회 당시에는 “ ‘놀면 뭐하니?’를 ‘무한도전’처럼 10년 이상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지속시키기 보단, 하나의 플랫폼처럼 테스트를 거치며 그 속에서 코너 형태로 속해있는 아이템들을 개별 프로그램으로 독립화 시킬 것”이라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특유의 크리에이티브함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인증 받았다. 이제는 플랫폼의 다변화와 역할의 변주로 다양성까지 꾀하겠단다. ‘장수의 아이콘’이 ‘다작의 아이콘’으로 진화 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가 아닐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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