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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약속 안 지켜” 中“공연한 시비”, 돌파구 없는 무역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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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약속 안 지켜” 中“공연한 시비”, 돌파구 없는 무역협상

입력
2019.07.31 17:28
수정
2019.08.01 00: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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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협의 9월에 워싱턴서 열기로

중국 류허(맨 오른쪽) 부총리와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 두 번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맨 왼쪽) 재무장관이 31일 상하이 시자오빈관에서 12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류허(맨 오른쪽) 부총리와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 두 번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맨 왼쪽) 재무장관이 31일 상하이 시자오빈관에서 12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두 달 만에 재개된 미국과 중국의 12차 고위급 무역협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양측 대표단은 3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만났지만 미 대표단은 아무런 공식 발표 없이 귀국길에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협상이 예상보다 이른 오후 1시 30분쯤 끝났다”라며 “양국이 어떤 합의에 도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전날 업무만찬에 이어 이날 협상은 4시간 가량 진행됐다. 미국 측에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중국에서는 류허(劉鶴) 부총리와 중산(鍾山) 상무부장이 나섰다.

미국 대표단의 공식 발표 대신 백악관은 협상 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회담은 건설적이었다”며 “중국 측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인민일보는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미국은 이를 위해 좋은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며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여전히 ‘조건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양측은 9월 미 워싱턴DC에서 후속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협상에 앞서 미국은 중국의 농산물 수입, 중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완화를 고리로 실타래를 풀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정부보조금 지급 중단을 요구해온 미국은 합의내용을 법으로 명문화해 강제이행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주권 침해, 내정 간섭”이라며 거칠게 반발해왔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이 재개됐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고,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은 상대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어 이번에도 다음에도 협상 타결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회담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포화를 퍼부으며 기선 제압에 주력했다. 또 “내년 대선까지 협상 타결을 늦추면 합의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에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공연한 시비를 걸지 말라”고 반박하며 “미국이 거짓말로 파멸을 자초하고 있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윗에 “중국은 우리 농산물을 구매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것이 중국의 문제이고, 그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우리 팀이 협상하고 있지만, 그들은 항상 마지막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합의를 깬다”고 비판했다.

대신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입은 손해를 부각시키며 압박수위를 높이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로 중국에서 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우리는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받고 있고, 중국은 돈을 퍼부으며 나와 합의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고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특히 미국의 대선 레이스를 노린 중국의 ‘시간 끌기’ 전략을 겨냥해 “내가 내년에 승리한다면 협상의 조건이 현재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합의가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과거 지도자들에게 없던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판알만 두드리지 말고 당장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하지만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31일 “협상을 하려면 성심을 다해야지 막말로 트집을 잡지 말라”며 “중국은 무조건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신화통신은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50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6.3% 늘고 도시 일자리는 737만개 증가했다”며 수치를 제시하면서 “미국은 늘 진실을 외면한 채 색안경을 끼고서 중국을 깎아내린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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