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파업을 가결하면서 다음달부터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2012년 이후 8년 연속 파업이다. 해외 판매부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노조는 별다른 위기의식 없이 매년 관행적으로 파업을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1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교섭 방침과 파업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노조는 앞서 지난 29~30일 전체 조합원 5만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 70.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다음달 1일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5월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50일 가까이 16차례에 걸쳐 임답협 교섭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인력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전기차 비중 확대로 인력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측은 통상임금 기준을 기아차와 동일하게 적용해 미지급금을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두 차례의 소송에서 모두 노조가 패소한 점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22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글로벌 판매량은 작년보다 7.3% 감소한 110만 4,916대를 기록했다. 해외시장 판매량이 10% 넘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은 1조2,377억원으로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작년 대비 8% 넘게 오르며 달러 기준인 실적을 끌어올린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현대차의 실적을 견인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특히 팰리세이드의 경우 구매계약이 크게 늘고 있지만 사측의 증산 요구에 노조가 합의 해주지 않으면서 최근 고객 2만여명이 계약을 포기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는 단협을 갱신하는 해였지만 올해는 임금 중심의 교섭이어서 노사 간 갈등이 심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2시간 부분파업 등의 하루 경고 파업 정도는 할 수도 있겠지만, 노사 간 쟁점이 많지 않아 임담협이 다음달 안에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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