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면서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예금형 상품에 몰렸던 시중자금이 이자수익 감소에 직면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예ㆍ적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다시금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예ㆍ적금 등 금융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반면, 자금 유동성이 커져 부동산 시장에는 희소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난 18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에 이어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는 데다가 경기 침체까지 겹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감소 우려로 매수세가 줄고 매도 호가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자본조달 비용은 낮아졌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0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주택 시장 대신 수익형 부동산으로 쏠리는 효과가 발생할 거란 기대가 높다.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주택에 비해 금리에 민감하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유동자금이 많은 자산가들이 (금리 인하에 따라)은행에 예금하기보단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6월 기준 연 5.46%로 저축성예금 금리(1.80%)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서울(4.87%)과 세종(4.37%) 등 수익률이 가장 낮은 지역도 4%대다. 상가와 오피스 등 상업ㆍ업무용 부동산 거래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올해 2월 2만1,079건에서 5월 2만5,904건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서치팀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오피스 투자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 부진으로 상가 공실이 늘고 하반기 오피스텔 신규 공급물량이 많아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반기 전국에 4만5,000여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되는데 이는 2014년 연간 공급물량(4만6,725실)과 맞먹는다. 내년에도 6만5,746실에 예고돼 있다. 공급이 늘 경우 수익률은 하락하고 공실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상가 공실률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중대형(3층 이상ㆍ연면적 330㎡ 초과) 및 소규모(2층 이하ㆍ연면적 330㎡ 이하) 상가 평균 공실률은 각각 11.5%, 5.5%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0.8%포인트,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로 인해 임대료가 떨어지면서 3개월 투자수익률은 중대형 상가 1.53%, 소규모 상가 1.40%, 집합상가는 1.55%로 작년 2분기보다 각각 0.2%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겠지만, 입지와 조건에 따라 매물 간 양극화 현상은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최저임금 인상,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강화, 오피스텔 대량 입주를 통한 공급 과잉 현상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역세권 등 일부 시장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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