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무슬림 사회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탈라크”(Talaqㆍ이혼을 뜻하는 아랍어)라고 세 번만 말해도 즉각 이혼이 성립하는 악습이 남아있다. 2017년 대법원에서 이미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쉽사리 근절되지 않자, 최근 인도 상원이 아예 금지 법안을 도입했다. 시민사회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이혼 여성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하는 법안의 한계 탓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인디아(TI)와 AP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인도 상원은 이 같은 ‘트리플 탈라크’를 한 남편을 최고 징역 3년에 처하는 법안을 찬성 99표, 반대ㆍ기권 84표로 통과시켰다. 이 관습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에게 꼭 직접 말하지 않고, 전화ㆍ문자ㆍ이메일 등을 통해 이혼 의사를 통보해도 무관하다.
그간 이슬람 학자 등 전문가들은 ‘트리플 탈라크’가 마땅한 근거 없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나 관습법 샤리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코란에는 “아내와 이혼하고자 하는 이는 넉 달을 기다려야 한다”(제2장 226조)라고 돼 있다. 다른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 파키스탄 등도 모두 이러한 관행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2017년 8월 인도 대법원은 ‘트리플 탈라크’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정에 맞춰 같은 해 처벌 규정이 포함된 금지 법안도 마련됐으나, 지난 2년간은 야당의 반대로 상원 통과가 막혔었다. 금지 법안을 지지하는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는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상원 통과 후 “젠더 정의의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 사회도 반기는 분위기다. 2016년 무슬림 5만명 이상이 서명한 탄원서를 당국에 제출하는 등 관습 폐지 운동을 이끌어 온 인도무슬림여성운동(BMMA)은 이번 법안 통과 소식에 “역사적 진전”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BMMA 공동 설립자인 자키아 소만은 TI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내일 정의가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지지할 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법안이 ‘남편 처벌’ 규정만 담고 있을 뿐 ‘이혼 여성 보호’ 측면에서는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습 폐지 운동에 적극 가담해 온 또 다른 시민단체 ‘비박 컬렉티브’는 성명을 통해 “(남편 처벌이 실제 이뤄질 경우) 시가(媤家)에 남겨진 아내는 남편을 징역살이하게 했다는 이유로 적대적인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재정적ㆍ사회적으로 (이혼) 여성의 자유는 위태로워질 것”이라 우려했다고 TI는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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