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당국자 “북측, 조만간 협상 재개 의향 밝혀”
북한 미사일 추가 발사에 미 “상황 주시” 신중
폼페이오 “AFR에서 북한 리용호 만날 기회 고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 측과 접촉했으며 북측 인사가 조속한 실무 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북한이 한미훈련을 문제 삼으며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 가운데서도 미국은 실무 협상 재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AP와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NSC의 고위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기념 사진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자는 이 만남에서 판문점 회동 당시 합의한 실무 협상 재개와 관련해 ‘매우 빨리(Very Soon)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간 접촉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24일 방한한 점에 미뤄 당시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볼턴 보좌관 방한 당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다만 북미 접촉이 2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불분명하다. NSC 당국자가 볼턴 보좌관 방한기간(23∼24일) 보다 좀 더 한국에 머물렀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를 거듭 드러내는 것은 이 같은 물밑 접촉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한국시간 31일 오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지난 25일 발사 당시와 비슷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CNN 방송은 “이번 발사가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도 전했다. 지난 25일에도 미 당국자는 “북한에서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추가로 논평할 것은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태국 방콕 방문길에 오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도 비행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측이 ARF에 온다면 리용호 외무상을 만날 기회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측이 방콕 행사에 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오는지 지켜볼 것이고 그들이 온다면 우리가 만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ARF에 리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했지만 생각을 바꿔 참석하라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것이다. 국무부는 이 같은 폼페이오 장관의 문답을 배포하면서 구체적 시간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5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이를 북한의 협상 전략으로 보면서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해왔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협상 판 자체를 깨지 않으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제재 조치의 지렛대를 들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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