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대신 왜 미사일만 쏘나]
한국 순차도입 F-35A 겨냥한 듯… 다양한 변형 발사ㆍ비행방식 시험
“한미 훈련 중단하라” 메시지… 미국에 비핵화 상응조치 압박도
북한이 대미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는 대신 미사일을 거푸 쏘는 것은 그렇게 해야 유리한 협상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체제 보장이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미사일 발사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새벽 강원 원산 갈마 일대에서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핵심 목적은 전력 강화일 공산이 크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시험 발사로 추정되며, 지난 25일 발사된 것과 유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기의 위력’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보다 실전 배치가 가능한지 가늠해 보는 실용적 용도가 이번 발사에 더 큰 비중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를 군은 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의 개량형인 ‘KN-23’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으며, ‘풀업(Pull-up) 기동’(목표물에 내리 꽂히기 직전 급상승하는 비행 형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17년까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무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한미의 ‘미사일 방어’(MD), 특히 40~150㎞ 고도에서 요격이 이뤄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무력화시키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다. 31일 북한 미사일이 비행한 고도는 30㎞였다.
KN-23의 주요 표적은 한국군에 순차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선제 타격용 ‘스텔스 전투기’인 F-35A인 듯하다. 북한은 이달 1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의 F-35A 도입 계획과 관련해 “남조선(남한)에 증강되는 살인장비들을 초토화시킬 특별병기 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31일 미사일이 날아간 거리(250㎞)를 감안하면 F-35A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기지는 KN-23의 타격 범위 내에 있다.
시위 성격도 없지 않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다양한 변형 발사ㆍ비행 방식을 과시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사거리, 고도, 패턴을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겨냥한 표적은 남한과 미국으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확실히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미사일에 실어 보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미국을 향해 ‘쌍중단(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의 동시 중단)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 상응 조치인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을 들고 협상에 나오라’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계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아직은 북미 협상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정지 작업 차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협상을 재개한 뒤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협상판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실험부터 한 뒤 협상을 재개하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며 “‘하노이 노딜’로 위상이 손상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첨단 무기 개발과 군사 훈련이 대내 결속과 군 사기 진작을 위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데이비스 미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30일 뉴욕타임스에 “북한의 무력 과시는 위협보다 외교 가속화를 위한 관심 끌기 차원”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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