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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 코앞… 정밀기ㆍ배터리업계 “치명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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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 코앞… 정밀기ㆍ배터리업계 “치명타 아니다”

입력
2019.07.31 16:55
수정
2019.07.31 20:4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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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ㆍ정밀기계ㆍ첨단소재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계 만큼 치명적인 타격은 입지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악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질 경우 1,112개 품목이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권에 들게 된다. 일본 의존도가 커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탄소섬유, 정밀기계, 배터리 등 품목부터 추가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작ㆍ정밀기계 분야에선 일본산 부품 비율이 전체의 30~40%다. 일본 정부는 8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등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이 해당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마다 매번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16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ㆍ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 규제(1~15항)’와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여겨질 때 포괄적으로 해당 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캐치올 규제(16항)’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제의 범위는 첨단소재부터 소재가공, 전자, 통신 등 모든 산업을 아우른다.

수정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 그래픽=신동준 기자
수정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러나 일본 정부의 추가 규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 기업들은 “당장 우려할 정도의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핵심소재 중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은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재만 해도 일본과 엇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전 세계에 약 10여곳이 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분리막의 경우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세계시장 점유율 1위와 3위인 일본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에서 상당량을 공급받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고품질 분리막을 제조하고 있고,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줄이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시작하더라도 국내 업체끼리 협력하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도 “배터리 산업은 워낙 유망하다 보니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대체할 수 있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 품목 역시 대체재를 찾기가 어렵진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남 창원의 한 공작기계 업체 관계자는 “일본 품목의 가격이 독일 것보다 20% 가량 저렴해 그간 일본 제품을 써왔다”며 “반도체 소재처럼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공작기계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수치제어반의 경우 독일산으로 바꿀 경우 연결된 다른 부품까지 교체ㆍ조정해야 해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들여온 수치제어반의 약 91%가 일본산이었다.

다만 탄소섬유 규제는 수소차 개발ㆍ보급에 차질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차에 쓸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연료탱크에는 일본산 탄소섬유가 주로 쓰인다. 현대차는 수소연료탱크에 일본 도레이로부터 수입한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탄소섬유 경쟁력은 일본의 78% 수준에 그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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