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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서류 전형에 강의계획서까지 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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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서류 전형에 강의계획서까지 내라니…”

입력
2019.08.0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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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부터 강사법 시행, 대학들 강사 공채 방식 싸고 잡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강사 경력 13년차인 정지연(가명ㆍ47)씨는 두 달째 취준생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에 따라 2학기 강의를 맡을 강사들에 대한 공개 채용에 나섰는데, 학교마다 전형이 제각각인데다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씨는 “1차 서류전형부터 강의계획서를 내라고 하고 전형도 여러 단계로 복잡하다”며 “월요일 밤 늦게 연락해 수요일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통보하는 학교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악 전공자인 그는 다음날 급히 곡을 정하고, 반주자를 구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 그는 “교수 뽑는 것도 아니고 길면 3년 하는 강의 자리인데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1일 시행되면서 대학들의 강사 모집 방식이 모두 공개 채용 방식으로 전환됐다. 그간 개별 교수가 제자에게 알음알음으로 강단에 서게 하면서 생겼던 여러 부작용을 타파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은 첫 공개 채용에 대한 대학과 교육부의 준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다.

강사들의 주된 불만은 대학들의 과도한 서류 요구다.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 철학과 강사인 박진영(가명ㆍ49)씨는 “서울대는 석사 이후 모든 연구경력을 다 쓰는 ‘총괄연구업적’을 내라고 했는데 서류 준비하는 데만 1주일 내내 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까지 20곳의 대학에 지원했지만 지금까지 2곳에서만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강의계획서는 물론 ‘교육철학기술서’나 ‘추천서’ 같은 서류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었다. 김진균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강사 공대위) 대변인은 “대학들의 이런 행태는 ‘강사 임용 절차는 간략화 간소화를 지향하자’고 한 기존 합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대학 측에서는 강사가 법적으로 ‘교원’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이상, 일정 수준의 서류 요구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 관계자는 “강사는 이제 3년이나 신분이 보장되고 교원 지위를 얻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소청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라 절차는 엄격해야 한다”며 “간단한 서류 받고 뽑으라고 주장하는 게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도 “강사법의 취지가 교원에 준하는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에 교원 임용을 준용해 서류를 만든 것”이라며 “학생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실 분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구경력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요구사항과 절차가 복잡해졌는데도 정작 결과를 놓고 보면 여전히 ‘무늬만 공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다수 강의 자리가 해당 대학 출신, ‘내정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정지연씨는 “주변에 한 교수가 ‘실력 있는 거 알고 미안하지만 우리 학교 졸업생 뽑아줘야 한다’며 아예 지원을 만류한 사례도 있다”며 “공정한 채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화식 교육부 대학강사제도정책지원팀장은 “교원 채용에 대한 대학별 기준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과도한 진입장벽이 있는 경우가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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