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의원ㆍ상주본 소장자 배익기 라디오 토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장자 배익기씨가 한글날 전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상주본을 즉시 공개하거나 감정 평가를 하자는 제안에는 확답을 내놓지 않아 답답함은 여전한 상태다.
배씨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대담을 통해 “한글날 전에라도 (상주본의 행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좋다. 일단 최대의 노력을 어지간하면 (하겠다), 오히려 제 마음이 급하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훈민정음 한문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 중 상주본을 소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상주본 관련 소를 기각하고 상주본이 국가 소유란 점을 확정했지만, 배씨가 상주본의 행방, 현재 상태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도 상주본 공개 여부에 대해 배씨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안 의원이 “저에게만 비공개로 보여주시면 안 되냐”고 묻는 말에도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그것이 대충 뭐 여러 가지 단서가 나오지 않느냐”며 대답을 피했다. 상주본이 전체 몇 엽(쪽)로 구성돼 있냐는 질문에도 “물론 안 세봤다. 대충 짐작하지만, 그래도 직접 세보고”라며 말을 흐리다 “누가 내가 무슨 책을 세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전할 경우 총 33장으로 알려졌지만, 배씨는 “간송본(서울간송미술관 소장)이나 제가 소장하고 있는 상주본 어차피 다 완전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상주본의 가치를 감정 평가하자는 제안에도 배씨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배씨는 앞서 상주본의 추정 가치가 1조원이며 이중 10%인 1,000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배씨가 2017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공개한 상주본 일부가 불에 그슬려 있었고 또 낱장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보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안 의원도 “화재 이후 (상주본이) 상당 부분 훼손됐을 우려가 크다. 또 29엽이 아니라 13엽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아마 10억밖에 가치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배씨에게 “객관적인 감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감정 평가에 응하실 생각이 있냐”고 물었지만, 배씨는 “일이, 모든 것이 순리적으로 풀려나가게 된다면, 원칙적인 일이 해결되면 자동으로”라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배씨는 감정평가에 응하고 국가에 상주본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적절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안 의원 제안에도 “진상 조사가 우선”이라고 고집했다. 이에 “진상 조사와 감정 평가를 동시에 하면 어떻냐”고 재차 묻자 “일단 조금 침착하게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냉정히 보고”라고만 답했다.
안 의원은 배씨와 대화를 마친 뒤 “조금의 입장 변화는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감정 평가를 다시 해보자는 제안에 대해 배씨가 아주 딱히 못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한글날 이전까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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