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최상훈 “어려서부터 공적 마인드 기를 시스템 절실”

입력
2019.08.06 15:53
0 0

[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6> 최상훈 바른미래연구원 책임연구원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 6월 열린 바른미래당 청년정치학교 제3기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토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올 6월 열린 바른미래당 청년정치학교 제3기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토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바른미래당 및 바른미래연구원의 청년정치학교는 최근 여의도에서 작은 파란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1,2개월간 이뤄졌던 여타 정당의 교육과 달리 이례적으로 5,6개월이라는 긴 기간을 내건데다, 실제 지방선거 출마 등을 염두에 둔 부설 ‘목민관학교’ 과정을 운영해 이목을 끈 까닭이다. 바른미래당 청년정치학교는 첫 모집부터 각 정당의 정치학교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인 6.6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해 5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올해로 3기째를 맞았다.

이 과정의 실무를 처음부터 이끌어 온 최상훈 바른미래연구원 책임연구원을 만나 청년 정치학교의 취지와 의의, 바람직한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대안에 대해 물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정당 싱크탱크 연구원이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청년 정치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이 연구소에 들어온 경우에요. 1~3기 전체 기획과 운영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시작했어요. 대학 동기 중 국회 출입기자가 있었는데 ‘너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이어졌어요.”

-정치 학교 운영은 어땠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청년 정치를 살려야 한다는 구호에 찬성하지 않아요. 세대의 문제로 접근해버리면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청년, 중년, 장년, 노인층 있을 텐데 청년 정치만을 살려야 한다고 하는 게 썩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처럼 사실상 장벽이 세워진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거죠. 각 세대가 나름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에요.”

-장벽을 체감하셨나요.

“처음 국회 들어와서 지금까지 체감하고 있어요. 여의도에 있는 청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처음에는 모두 꿈과 희망 비전을 말해요. ‘나는 세상을 바꿀 거다’, 의원이 돼서 내가 생각하는 어떤 것을 할거다. 적극적으로 당 활동도 하고 그러는데 그 분들이 모두 시간이 지나면 점점 환멸을 느껴요. 여의도 기성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기본 태도는 이런 분들을 활용하려는 거거든요. 당 행사에 동원을 한다거나. 이들에게 권한이나 책임을 주는 게 아니라 이쪽의 필요에 의해 동원시키고, ‘너희가 잘 보여야 공천을 받든 뭘 하든 한다’는 인상을 주는 거죠. 각종 명함 하나씩 파주고, 이 자리를 두고 청년들끼리 경쟁을 하게 만들어요. 본인의 능력 향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윗 분들 누구와 친한지가 내가 저 위원장 자리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선 청년들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죠. 떠나든가, 유력자에게 줄을 선다든가. 기성 구조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제약되고 기존 구조에 어떻게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성패를 가르게 되는 겁니다. 환멸을 느껴 떠난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죠.”

-목소리를 낼 환경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요.

“이를테면, ‘청년대변인 제도’도 저는 맞지 않다고 봐요. 청년 대변인들의 입장이 당의 공식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청년들에게는 또 ‘청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라’는 주문이 오죠. 하지만 청년 문제에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고 이슈도 안되죠. 사회적 이슈나 흐름과 관계 없는 대학등록금, 주거권 문제에 대해 갑자기 목소리를 내는 거잖아요. 여의도 바닥에서는 그런 것들을 소위 이벤트, 쇼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당에는 청년 대변인도 있어, 우리가 청년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겠지?’하는 용도라는 거죠.”

-청년정치학교를 통해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해보고자 하셨나요.

“저희 프로그램은 앞선 다른 당 교육과정들과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어요. 보통 과거에는 이런 프로그램에 오는 분들이 교육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아니었어요. 본인이 정치를 하고 싶고, 공천을 받고 싶고, 그래서 인맥과 네트워크가 필요해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육기간도 짧고, 수강료는 비싸고, 네트워크를 쌓고, 당의 이념을 심는 식이죠. 나쁘게 말하면 세뇌랄까.

저희는 1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당을 지지하든 안 하는 상관없다, 청년이면 다 받겠다, 체계적으로 보수의 이슈와 민주주의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과 공부를 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삼았어요. 1기, 2기에 정의당 당원도 오셨고, 한국당 당원도 많았고, 민주당 지지자도 계셨죠. 청년 정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당에서 하든 국회에서 하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누군가 균형 잡힌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된 정치인들을 각 당에서 스카우트해가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거죠.”

-지금은 그런 순환구조가 전무한가요.

“이를 테면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결정됐을 때, 이 분이 어떻게 청년비례를 받았는지 아무도 몰라요. 나이로는 청년이긴 하지만 어떻게 청년 세대를 대표한다는 거지? 라는 말도 나오고요. ‘뭔가 잘난 구석이 있겠지’ ‘성공했겠지’ ‘집에 돈이 많겠지’ 하는 뒷말이 나오죠. 핵심은 결국 교육과 투명한 스카우트, 공천 등에 있다고 봐요.”

-주로 어떤 내용을 강의했나요.

“안보 문제, 북핵 문제부터 시작해서 기본소득에 관련한 논의까지. 최대한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볼 수 있도록 여러 커리큘럼을 구성했어요. 당의 이념을 강요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첫 구성에서부터 배제하려고 노력했고요. 북핵과 안보 위협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면 다음 주에는 평화를 강조하는 연사를 모셔 수업을 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수업이 끝나면 토론을 하는데 이 역시 학생 스스로가 주도해서 할 수 있게 했어요.”

-사실상 시민교육에 가깝네요.

“그렇죠. 정치인 양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이건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당에서 운용하긴 하지만 다. 정당에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당색을 아예 배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요. 수강생 분들 중에는 아예 정치에 대해서 관심도 없는 분들, 의사 분들, 변호사 분도 계시고, 아예 ‘나는 정치를 모릅니다. 배워보고 싶어서 왔어요’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 수강생들은 어떤 교육을 가장 원했나요.

“학생 분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 게 그거에요. 국회의원은 어떻게 돼요? 보좌관이 어떻게 돼요?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가지고 계신데, 여의도에서 활동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것들을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거지?’라는. 어찌 보면 이런 답 조차 우리 사회가 제공해주지 않다고 있다는 거죠.”

-한다면 어디서 했어야 할까요.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거죠. 국회사무처 등의 차원에서 그런 시민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청년 정치인 양성, 민주시민 교육,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일종의 정치대학원, 정치 아카데미를 국회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봐요. 국회 신뢰 제고 방안에도 그게 도움이 되고요. 정당도 노력해야 하지만 당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지속성을 담보하기 상대적으로 어렵잖아요.”

-청소년을 위한 교육도 고민하셨을까요?

“바른정당 때 연구소 내부에서 ‘청소년 위원회’를 꾸린 적이 있었어요. 중고등학생 분들이 많이 모였고요. 그런데 활동을 하긴 하더라도 청소년의 정당 활동을 금지한 정당법 등 때문에 예산지원 등의 문제에서 걸리는 게 많았어요. 청소년들의 정당 활동이나, 정당 관련 교육은 하고 싶어도 결국 이야기 하다 보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의 진행이 어려워지는데, 결국 그 와중에 민주국가에서 민주시민 양성기능이 너무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선거권 자체도 18세 이하로 낮추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상황인 거죠.”

-우리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해야 할 남은 문제는 무엇일까요

“청년정치학교 출신 중에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두루 듣다 보면 ‘막상 선거에 나가면 돈과 조직이 절실하더라’는 말씀을 많이 해요. 그 분들이 돈과 조직이 없는 이유는 간단해요. 갑작스럽게 나오니까요. 준비기간이 뭐 길어야 2, 3년인거에요. 우리나라가 민주국가가 된 것이, 민주화 이후로만 해도 30년이 넘었는데도 이런 인재 양성 시스템도 없다는 것은 문제적이죠. 정치라는 것이 정말 무슨 뉴스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내 생활과 관련된 것이라는 인식, 나아가 내가 직업으로 해 볼 수도 있다는 인식을 많은 분들이 가질 수 있도록 누군가 고민해야죠. 사회문제, 정치문제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공적 마인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꼭 청년이어야만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공적 마인드를 어려서부터 강화시켜나가고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강화되는 방향으로 고 중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갈 때 점점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