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조례개정안 발의
이르면 내년부터 소득 상관없이
만 11~18세 32만여명 혜택
서울에서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하는 정책이 첫 발을 뗐다. 이르면 내년부터 서울 시내 여성 청소년은 누구나 생리대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은 여성환경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와 함께 31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의 모든 만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어린이ㆍ청소년 인권 조례 제19조 6항의 위생용품 지원 대상에서 ‘빈곤’이라는 두 글자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현재 저소득층에게 선별 지원되는 생리대를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보편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건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 기간을 보내는 것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라며 “특히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제공하는 건 단순히 물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몸이 사회구성원으로 존중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을 포함해 21명의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울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자치단체가 된다. 앞서 경기 여주시가 지난 4월 ‘여주시 여성 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여주(24%)의 3배 수준인 78.4%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4월 말 기준으로 신청률은 57.8%(전국 평균 62.6%)에 그친다. 아동수당 신청률 98.3%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생리대를 지원받을 만큼 가난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되는 현재의 선별적 지원 방식이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온 이유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세심하게 설계된 선별 복지 제도라 하더라도 포함되지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에 생리대를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보편복지로 지급해야 한다”며 “특히 경제권이 없는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건 학습권, 건강권, 기본권을 포함한 보편적 인권 문제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체 여성 청소년(32만6,500여명)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데는 연간 약 411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저소득층에게만 지원하는 예산은 21억여원 수준이다.
운동본부 측은 해당 조례안이 8월 말 열리는 임시회를 통과해 2020년 예산에 반영되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서도 해당 조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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