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등단시인 엄재국 대표, ‘아트 포임 뮤지엄웨딩’ 개관… 손수 제작 작품 40여점 전시
“시와 미술은 은유와 환유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분야입니다.”
경북 문경시 흥덕동의 한 평범한 예식장이 시와 조형예술작품으로 가득한 미술관 겸 웨딩홀로 탈바꿈했다. 7월29일 개관식을 한 ‘아트 포임 뮤지엄웨딩’ 얘기다. 예식이 없는 평일에는 미술관으로, 주말에는 미술작품 가득한 예식장으로 활용된다. 5층짜리인 이 건물 4층은 아예 전용 전시실이다. 나머지 4개층과 야외에도 곳곳에 조형예술작품이 전시 중이다. 40여점이나 된다. 시인이자 미술가인 작가 엄재국(59) 대표의 작품이다.
엄 작가는 “전국적으로 뮤지엄 웨딩홀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정작 제대로 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지금까지 그린 작품을 예식장에 전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미술예식장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정비공장 장미꽃’, ‘나비의 방’ 등의 시집을 펴냈다. ‘정비공장 장미꽃’은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 활동을 하는데 시를 썼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시를 쓰지 않았다면 작품에 걸맞은 제목이나, 작품 연구를 진행하는데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엄 작가의 예술활동 영역은 광범위하다. 그림과 조각, 사진, 설치미술, 개념미술 등 5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그가 대학 등에서 미술을 전공한 적은 없다. 거의 전적으로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처음 작품을 보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정서적, 감각 뿐만 아니라 논리와 철학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등단 시인이지만 언어의 한계성을 절감하고 미술로 눈길을 돌렸다. “조금씩 여러 장르에 도전하면서 영역을 넓히려 노력했다”며 “성공과 실패 과정이 있었지만 분야를 정하지 않고 연구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이 쉽지는 않았다. 철조망을 활용한 작품 ‘군중의 시선 1-2’는 제작에만 2년이 걸렸고 손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엄 작가는 “감각적인 부분이 많이 요구됐기 때문에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며 “철조망을 감고 푸는 과정이 끊임 없이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엄 작가는 “앞으로 유명 전시홀에서 그 동안의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현재 어느 정도 구상을 마쳤고, 자신 있게 세상 앞에 내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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