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인사들 핵심 당직 싹쓸이… 비박계, 내년 공천 불안감 고조
황교안 체제 불만 곳곳서 나와… 김세연 “도로 친박당 부인 어려워”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친박근혜당)’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비박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근혜’라는 이름이 당 주변을 맴도는 한 당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친박 인사들이 핵심 당직을 독점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선 ‘박근혜당’임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과의 총선 연대설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황교안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당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도로 친박당’ 조어를 언론이 만드는 것은 구태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처럼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인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달 초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가 만나 내년 총선 연합공천을 논의했다는 설과 관련, 김 의원은 “이런 논의가 있다는 사실 것 자체가 당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보수대통합이라는 당위가 있지만,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누가 바람직한 통합 파트너인지 등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해 ‘묻지마 식 선거 연대’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당 지도부로부터 여의도연구원장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친박계의 표적이 돼 있는 터다.
홍준표 전 대표도 친박계 견제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인) 2016년의 새누리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던 장제원 의원은 30일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한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변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이후 박맹우 사무총장부터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유기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까지, 옛 친박계 의원들이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3명 모두 비박계 인사와의 경쟁 끝에 당직과 국회직을 거머쥐었다. 지난 2월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사무총장, 대표 비서실장, 전략기획부총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싹쓸이한 것이 ‘친박계 부활’의 시작이었다.
‘도로친박당’ 논란에 직면한 황 대표는 “우리 당에 친박ㆍ비박은 없고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여름 휴가 중인 황 대표는 30일 예정에 없었던 당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열어 “전당대회에서도 총리실 사람들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친박계 지원설을 일축했다. 이어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이지, 그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당 지도부가 거듭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은 이미 떠나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그간 내내 침묵하다 황 대표가 흔들리자 쓴 소리를 하기 시작한 비박계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