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아웃을 잡겠습니다”
가을야구를 앞둔 LG의 중간 계투로 자리를 옮긴 송은범(35)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LG 훈련이 힘들다. 새로운 팀에서 제 팔이 떨어지도록 던져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송은범은 한화-삼성전 직후인 지난 28일 밤 한화에서 LG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2003년 SK에 1차 지명으로 당시 구단 최고 계약금(4억원)을 받으며 입단한 송은범은 이후 10년 동안 큰 활약을 보였다. 이후 KIA(2013~14)와 한화를 거쳐 LG에 네 번째 둥지를 틀었다. 한화에서의 등 번호인 46번도 그대로 다시 받았다.
갑작스럽게 성사된 트레이드였지만 송은범은 17년 차 베테랑 투수답게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송은범은 “프로라면 당연히 트레이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새 팀에서 새 팬들에게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큰 성원을 보낸 대전 한화 팬들에게는 아쉽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송은범은 “구단 상황에 따라 팀을 떠나게 됐다”면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멀리서나마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은범은 최일언 LG 투수코치와의 인연이 깊다. 최 코치와는 SK 시절 투수 코치, 2군 코치, 재활 코치 등으로 오랜 기간 함께 했다. 송은범은 트레이드 직후 “머리부터 단정하게 하고 오라”는 최 코치의 조언에 따라 말끔하게 다듬고 이날 잠실 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송은범은 “최 코치님께 ‘작년에 머리를 길러서 야구가 잘됐다’고 했더니 ‘올해는 안되지 않느냐?’고 하셔서 바로 잘랐다”면서 “오늘 정말 많이 자르고 왔는데 최 코치님은 ‘그게 자른 거냐, 더 짧게 잘라야지’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37경기에서 1세이브 4홀드를 올렸고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은 채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평균 자책점이 2.50(7승 4패 1세이브 10홀드)이고, 통산 성적으로 따져도 평균자책점이 4.59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는 지난해 최고 성적을 견인했던 투심 패스트볼의 각도가 작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송은범은 “작년에 빗맞던 공들이 올해 배트 중심에 맞을 때가 잦아졌다”면서 “원인을 분석하고 다듬어 가는 중인데, 올스타 휴식기에 70~80%까지 끌어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송은범을 왜 영입했을까? LG는 송은범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라운드 1순위로 지명해 애지중지 키운 신정락(32)을 한화에 내줘야 했다. 역시 송은범의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은범은 과거 SK에서 선발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올랐고, 한화에서도 핵심 중간 계투조로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이끌었다. 또 현재 구위 역시 나쁘지 않아 ‘가을 야구 승부수’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LG감독도 “상위권 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이전 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며 “투구 내용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은범의 눈은 이제 LG의 후반기 연착륙과 가을야구로 향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LG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만큼, 송은범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 시즌이 끝나면 송은범은 생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송은범은 “지금은 FA는 전혀 생각 안한다”면서 “LG가 더 높은 곳에 오르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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