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반일 감정이 높아졌다.”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분석하고 나섰다. 이들 보도에는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과 함께 3ㆍ1운동 100년 이벤트 등이 불매운동의 주요 동력이라는 주장마저 가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보다는 한국의 ‘상황’이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터무니 없는 지적이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이번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과거와 달리 오래 갈 것”이라고 내다보며 우려를 제기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0일 ‘일본 불매, 한국에서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내부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한국 인터넷에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내용으로 대상 기업 리스트가 오른 것이 불매 운동의 시작이라고 봤다. 전국중소유통업자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 5일 불매 운동 참여 입장을 표명한 뒤 전국 매장에서 일본 제품을 철거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고도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언론을 인용, 7월 1~25일 기준으로 전월 동기 대비 일본 맥주 매출은 48%, 라면은 33%, 화장품은 21% 각각 줄고, 일본 여행 예약자(하나투어 기준) 수도 7월 8일 이후 하루 평균 55% 급감했다고 전했다. 또 유니클로 매출 역시 약 30% 감소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오래 가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와 다르게 이번 불매 운동이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응답률이 7월 10일 48%, 17일 54.6%에서 24일 62.8%로 상승했다는 한국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조사에서도 일본 제품 구매에 "주저한다"는 응답률이 80%에 달했다며 한국 소비자의 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문은 올해가 ‘3ㆍ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반일감정이 높아진 것도 불매운동 확산의 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구호가 등장했다고도 보도했다. 또 “한국에선 해방 50년을 맞은 1995년 일제 담배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2001년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같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 단기간에 사그라졌다”면서 “2001년 당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매운동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불매 운동에 대해 직접적 지원 또는 비판의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염두에 둔 보도로 해석된다.
더불어 “일본의 '수출관리'가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직격하면서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고용감소를 우려해 (일제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요미우리는 “일본 브랜드가 (한국에서) 팔리지 않아 철수해서 국내 고용이 줄어들어도 견딜 수 있겠느냐”는 한국 국회의원(무소속)의 발언을 익명으로 전하면서 “(불매운동) 반대론이 찬성에 묻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30일 현재 무소속 의원은 강길부(울산 울주) 문희상(경기 의정부시갑) 서청원(경기 화성시갑) 손금주(전남 나주시화순군) 손혜원(서울 마포구 을) 이언주(경기 광명시 을) 이용호(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이정현(전남 순천시) 의원 등 총 8명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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