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다.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하는 해외 굴지의 기업들이 그 증거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1인자로 군림하는 구글은 인터넷 검색 엔진 서비스를 기반으로 광고, 커뮤니케이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충성 고객’을 지닌 애플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자사 하드웨어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iOS를 적용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 역시 소프트웨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 버린 스마트폰부터 최근 각광받는 자율 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종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모든 미래 기술의 핵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 가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 기술은 앞서 가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국산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을 포함한 일부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국산 소프트웨어는 극히 드물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70% 이상이 ‘영세기업’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 대부분은 그 규모가 매우 작다. 2015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기업 중 70% 이상이 종업원 수 10명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국내 영세기업들은 연구개발비 측면에서도 해외 기업들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총 연구 개발비 추정치는 7조 2,000억원 규모다. 이에 비해 구글의 지난해 연구 개발비는 23조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프트웨어 총 연구 개발비가 구글이라는 기업 1개의 연구 개발비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것이다.
“역차별에 후속 지원은 부족” 국산 소프트웨어가 직면한 문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공공조달에서도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한다. 국가에서 구매하는 소프트웨어는 그 발주 규모에 따라 매출 규모별로 입찰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 예컨대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된 경우 5년 이내에는 사업 금액 하한은 20억원 이상이다. 그런데 외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공공조달시장에 쉽게 참여하면서 오히려 국산 소프트웨어가 역차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예 외산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예산 10%를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외산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것이다. 한국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전사적 자원관리(ERP)에 주로 쓰이는 외산 소프트웨어 ‘SAP’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4%에 그치는 반면, 한국에서는 무려 절반인 49.7%에 달한다.
업계는 정부가 개별적으로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과제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형태의 솔루션이 아닌 점, 과제를 내린 뒤 후속 지원이 없는 점 등이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는 “해외 진출 지원이 박람회, 전시회 참여에 그치는 점, 연구개발 과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점 등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정부가 나설 때
국산 소프트웨어를 육성하려면 전략 차원에서 공공조달시장을 구축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가장 먼저 외산 소프트웨어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외산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단가 수준에 맞는 금액을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근본적으로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예산 지원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발성, 분배식에 그치는 예산 지원 대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연구 과제의 수준 역시 우수한 기술 확보를 위해 질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또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을 소개하는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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