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시설의 부실 정도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원전 격납건물의 구멍(공극)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전남 영광 한빛 1~4호기와 6호기, 경북 울진 한울 1ㆍ3호기 등 7개 호기에서 총 240개에 달한다. 한빛 4호기에서는 깊이가 157㎝, 남은 외벽 두께가 불과 10㎝ 남짓한 대형 구멍이 발견됐다. 한빛 2ㆍ4호기에서는 부식이 심해 내부철판(CLP)이 관통된 곳마저 있다. 공극들은 방사선 누출을 차단하기 위해 격납건물 바로 안쪽에 설치한 CLP까지 부식시켰다. 이런 부실 원전을 20년 넘게 가동했다니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원전 격납건물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시설을 둘러싼 콘크리트 돔 형태의 구조물이다. 만에 하나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시 이를 막을 최후의 보루다. 이런 격납건물에 공극이 많다는 것은 건설 당시 콘크리트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거나, 다짐 작업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원전 당국이 격납건물 폭발로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를 초래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국내 원전 격납건물은 훨씬 견고하다고 홍보해 온 게 무색할 따름이다.
원안위가 2016년 한빛 2호기 정기검사 중 CLP 뒷면에서 부식을 처음 발견한 후 다른 원전에 대해 올해 말까지 실시 중인 점검 작업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한다니, 이번 기회에 부실 실태를 낱낱이 밝혀 안전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3년 원전 부품 납품 비리 사건 이후 안전 점검 강화로 원전 이용률은 2015년 85.3%에서 2018년 65.9%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원전 이용률 하락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하며 정치 공세를 펴지만 현 정부 들어 폐쇄한 원전은 가동이 거의 멈춰 있던 월성 1호기뿐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주장이다. 원전은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발생도 거의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고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한번 발생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대형 재앙이 된다는 점에서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안위의 안전점검 연장에 대해 섣부른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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