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 환경이다. 5세대(5G) 무선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나라답게 어느 곳에 있거나 고속철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라도 전혀 끊기지 않는 인터넷에 외국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하는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산업으로 돌리면 이런 독보적인 위상은 자취를 감춘다. 국내 ICT 산업이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 부문에만 의존하고 있고 통신과 소프트웨어 산업 부문에서는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1월 발표한 ‘ICT 산업 고도화 및 확산 전략’을 보면 ICT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를 포함할 때 11.5% 증가(2018년 기준)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5.8%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7월 초 시작한 일본의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가 국내 ICT 산업 전반의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ICT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7년 기업활동조사로 살펴본 ICT 기업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ICT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비(非)ICT 기업(1.8%)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CT 제조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그나마 1.2%였지만 ICT 서비스 기업은 -0.7%로 매우 저조했다.
우리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확보, 인력 양성, 인프라 조성 등 전 분야에서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간에서 주도하는 ICT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CT R&D 바우처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고, 유망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각종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력양성 사업도 대폭 확대했으며,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화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규모나 발전 단계에 있어서 주요국들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맹추격 중이다. 미국도 반도체 R&D 프로그램인 ERI(Electronics Resurgence Initiative)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AI와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은 연구개발 인력 양성부터 서비스화까지 종합적인 지원에 나섰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활용 분야는 각국의 공통적인 집중 육성 분야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의 육성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국방, 재난, 안전 분야 훈련시스템을 갖추는 데 큰 돈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9대 신흥사업에 VRㆍAR 기술을 포함시켜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차세대 통신망인 5G 부문의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과 미국은 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5G 패권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5G를 상용화할 목표로 시험을 진행시키고 있다. 유럽 역시 2020년 상용화를 위해 5G 기술 개발에 500억 파운드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시대 ICT 분야에서 우리의 현 주소는 물론, 미래 전망까지 선두와는 거리가 있다. 후발 주자로 ICT 산업 강국이 되려면 향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ICT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만큼 정부 주도의 전폭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기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통합(SI)에 치중한 산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응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산업 등에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수요가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예산, 정책 등이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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