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달러 요구설 불거져… 청와대 ”구체 액수 협의는 없어” 부인
올 하반기로 관측되는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이 험난할 예상이다. 올해 한국이 미측에 제공키로 합의한 1조 389억원보다 6배가량 많은 액수를 미측이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부는 미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액수를 요구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요구 수준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외교 및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방한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ㆍ안보 당국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 등 ‘글로벌 리뷰’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미 정부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기조를 전했다. 미 정부는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가 적다는 인식 하에 주둔비용 분담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글로벌 리뷰를 진행했다. 리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미측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부담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방위비분담금으로 한국에 50억달러(약 5조 9,000억원)를 요구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청와대 및 관련 부처는 미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액수를 제안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볼턴 방한 시) 방위비분담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및 국방부 측은 “방위비분담금의 구체적 규모는 향후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논의되어 나가야 할 사항이며, 이번 볼턴 보좌관 방한 계기에 한미가 구체적인 액수와 관련해 협의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볼턴 보좌관은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나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방위비분담금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섰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상무위 워크샵에서 “(미국의 최근 셈법에 따르면) 현재 1조389억원인 방위비분담금이 최소한 두 배 이상, 어쩌면 세 배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안보에 대한 재정 부담은 동맹 간 호혜적이고 평등한 원칙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하고, 이제부터라도 이성적인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과다 요구하는 등) 국제관계에서 일방통행하는 건, 미국을 위해서도 국제질서를 위해서도, 한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의 합리적인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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