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생이니 우리 나이로 이제 겨우 14세다. 처음엔 선수 부족으로 ‘잘 될까’ 의구심이 앞섰지만 걸출한 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하며 야구 인프라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군 복무를 앞둔 젊은 선수들에겐 야구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정책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30일 해체된 ‘경찰야구단’ 얘기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 15층 서경마루에서 구단주인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11기 선수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찰야구단 해단식을 열었다.
정 총재는 “오늘은 대한민국 야구사에 슬픈 기억으로 남을 날”이라며 "KBO 수장으로서 경찰야구단이 적어도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이렇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거쳐 간 수많은 스타와 이곳에 있는 여러분은 대한민국 야구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야구단 해체를 아쉬워했다.
유니폼을 입고 해단식에 온 11기 선수단 20여 명은 경찰야구단 활동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화면에 눈을 고정했다. 지난 10일 치를 예정이었던 경찰야구단의 ‘고별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선수들에겐 참 야속한 비였다.
경찰 홍보와 엘리트 야구인 육성을 목표로 출범한 경찰야구단은 경기 고양시의 서울기동경찰 교육훈련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훈련센터가 곧 홈구장이었다. 올해 11기까지 한 기수에 20여 명씩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야구선수 230여 명이 거쳐갔다.
1기 최형우(KI A타이거즈), 2기 양의지(NC 다이노스), 4기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5기 장원준(두산 베어스), 8기 전준우(롯데 자이언츠)와 안치홍(KIA 타이거즈), 10기 이대은(KT wiz)과 정수빈(두산 베어스)은 기수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특히 2005년 상무 야구단에서 탈락한 최형우는 막 창단한 경찰야구단에 합류한 이후 기량을 꽃피우며 대형 스타로 거듭났다.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 소속인 경찰야구단은 창단 초기 4~6위에 머물렀던 약체였지만 2008년 유승안 감독 부임 이후 환골탈태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시즌 연속 리그를 평정한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11년간 경찰야구단을 이끈 유 감독은 해단식에서 “좋은 야구단의 감독으로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했고, 선수 육성의 한 축을 맡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해 가을 경찰야구단 해체 방침이 전해지자 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든 해체를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정부가 2023년까지 의무경찰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이상 방법이 없었다.
11기 선수 중 20명은 다음달 12일 전역 예정이다. 이후 야구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1기 주장 김태군은 “2년간 온 힘을 다해 부딪치며 때론 힘들었고 때론 행복했다”고 밝히며 선수들 모두의 사인이 담긴 야구 배트를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 배트를 건네 받은 이 청장은 “14년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경찰을 빛내준 경찰야구단이 해체하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서울경찰은 야구단 출신 선수들을 팬으로서, 또 같은 경찰 가족으로서 영원히 응원하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야구단의 역사를 담은 배트는 경찰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