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ㆍ서강대 등 집중 휴무제… 1주일간 교내 모든 건물 문 닫아
에너지 절감ㆍ근무자 워라밸ㆍ대학 재정악화 등 복합적 이유인 듯
"전공 서적도 필요하고 찾아볼 자료도 있는데 문을 닫아버려서 당황스럽네요. 공부할 곳을 찾아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 봐요."
3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중앙도서관 정문 앞을 서성이던 문화예술경영학과 대학원생 최현정(24)씨는 맥없이 발길을 돌렸다. 논문 준비 때문에 학교에 왔던 참이었다. 중앙도서관만 쉬는 게 아니었다. 교내 모든 건물이 문 닫는다. 최씨는 "이렇게 전부 다 닫혀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집중휴무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이 늘고 있다. 도서관 휴관 정도를 넘어서 대학 내 건물 모두를 잠그는, ‘셧다운(Shut-down)’ 수준이다. 수 년 전부터 부산외대, 영남대, 가야대 등 일부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도입된 이후, 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서강대가 2015년 집중휴무제를 처음 시작했다. 도서관, 중앙행정시설, 학부 건물, 교수 연구실 등 어느 수준까지 통제하느냐는 대학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교 전체가 다 쉬도록 한다는 큰 틀은 비슷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경희대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를 집중휴무 기간으로 지정했다.
대학들의 이런 판단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학이다 보니 독립적인 개별 건물들이 많은데다 시설이 노후화된 곳은 냉방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일정기간 문을 닫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학교 전체에 전기 에너지 쓰지 않는 집중휴무제를 시범 도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전 사회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영향도 있다. 집중휴무제의 직접적 혜택은 대학 내 근무자들이 누린다. 행정ㆍ청소ㆍ시설관리 등 분야 별 최소 근무 인원만 남겨둔 채 일주일간 확실한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서강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김모(64)씨는 “이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혹서기에도 모두 나와 근무를 했다”며 “혹서기 휴무 시행 이후 우리 입장에서는 쉴 틈도 생기고 좋다“고 말했다. 서강대 교직원과 용역 노동자들은 지난 22~26일간 집중휴무기간 동안 유급 휴일을 누렸다.
여기에다 등록금 동결,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악화도 영향을 끼쳤다. 수입이 줄어드는 대학들로서는 아무래도 시설비용을 아끼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어서다.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등에 대한 투자가 차츰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 입장에선 불만이다. 취업 준비나 밀린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학교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서강대 재학생 이모(26)씨도 “강의실 예약 신청을 휴무 기간에 올렸는데 승인이 되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며 “취업준비생의 경우 취업지원팀과 연락이 닿지 않는 등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휴무 자체는 어쩌지 못한다 해도 사전공지나 비상연락망 제공 등이 충실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리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희대는 학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집중휴무제를 사전에 공지했다지만, 학교를 찾은 상당수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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