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원포인트 안보국회를 교환하는 데 합의, 장기 표류하던 국회가 어제 정상화됐다. 내달 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과 주요 민생법안은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중러일의 영토주권 침해 규탄 결의안 등 밀린 숙제를 일괄 처리한다니 반갑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합의에 발맞춰 여야 5당 사무총장들도 18일 청와대 여야 대표회담의 약속에 따라 초당적 비상협력기구인 ‘민관정 3자 협의회’도 가동키로 했다. 일본의 경제 공습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원 태세가 일단락된 셈이다.
여야가 어렵게 이룬 합의지만 아쉽고 불안한 대목도 없지 않다. 재해대책과 경기부양을 이유로 4월 하순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여야 기싸움에 100일 가까이 표류한 것도 딱하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거의 4개월 만에 열리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비등하는 국회 무용론에 여야가 이룬 빅딜이지만, 고작 3일 동안의 의사일정에만 합의한 것도 꼴사납다. 야당이 북한 목선 국정조사와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대신 운영ㆍ국방ㆍ외교통일ㆍ정보위를 통한 외교안보 공세를 예고하고, 여당은 추경안 및 대일 결의안 처리를 강조해 동상이몽의 국회가 언제 또 멈출지 모른다.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여야가 감정싸움을 계속하며 강한 불신을 표시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은 국회와 정치도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자유한국당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추경이 되도록 하겠다”며 자락을 깐 것은 여야의 앙금을 잘 드러낸다. 여야 사무총장이 이끌어낸 민관정 협의회도 규모와 기능, 권한을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아 순항을 점치기 힘든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번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배제하는 일본 각의 결정이 코앞에 닥치고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시민 대응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국회만 딴짓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적전 분열이기 때문이다. 여야도 이번 기회에 싸움의 품격을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막말과 말장난으로 상대를 약올리는 정치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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