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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르포] ‘화산재 품은 연기에 혼비백산’… 공포에 떤 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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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르포] ‘화산재 품은 연기에 혼비백산’… 공포에 떤 자카르타

입력
2019.07.30 16:55
수정
2019.07.30 19: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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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화산의 29일 모습.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화산의 29일 모습.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관광객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고 있다. 순식간에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다시 땅에 드리우자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난다. 화산재가 회색 눈처럼 도로 등 천지사방을 뒤덮고 그 위를 오토바이가 달린다. 초점을 잃은 화면은 어지럽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흰 연기가 산 아래까지 덮쳐간다. 26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공포로 몰아넣은 3분짜리 동영상 내용(아래 유튜브 링크 참조)이다.

인도네시아 탕쿠반 프라후 화산. 그래픽=김문중 기자
인도네시아 탕쿠반 프라후 화산. 그래픽=김문중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가장 가까운 활화산(150㎞ 거리)으로 꼽히는 서부자바주(州)의 산 탕쿠반 프라후(Tangkuban Perahuㆍ해발 2,096m)가 26일 오후 3시 48분 분출했다. 관계 당국은 “닷새 전 425번의 진동 끝에 이날 화산재를 품은 연기가 산봉우리로부터 200m 높이까지 치솟았다”고 밝히면서 항공기 운항에 주의를 당부했다. 분화구 관광은 즉시 중단됐다.

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 위에 늘어선 노점 지붕이 화산재로 뒤덮인 29일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 위에 늘어선 노점 지붕이 화산재로 뒤덮인 29일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뒤집힌 배’라는 뜻의 탕쿠반 프라후는 1829년 첫 분화를 시작해 지금까지 30여 차례의 작은 분화와 폭발이 있었다. 가장 최근 폭발은 2013년으로 화산폭발지수(VEI) 2(화산재 분출 높이 1~5㎞)를 기록했다. 이번 분출은 VEI 1(0.1~1㎞)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산재 분출 양과 높이를 따지는 VEI는 0~8단계가 있다. VEI 8에 속하는 화산 폭발은 최근 1만년 이내에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VEI 7을 기록한 것은 946년 백두산,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등이다.

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 위에 세워진 호랑이 조각상의 등에 화산재가 뒤덮인 29일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지난 26일 분출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의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 위에 세워진 호랑이 조각상의 등에 화산재가 뒤덮인 29일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자카르타와 가까운 유명 관광지로 6년간 잠잠하던 탕쿠반 프라후가 분출한 데다, SNS에 분출 장면이 급속히 퍼지면서 현지에선 본격적인 분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마야(30)씨는 “분출 당일 산 부근 일터로 돌아가려는데,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는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 28일 밤 9시 25분 자카르타 서쪽 반튼주(州)의 남서쪽 59㎞ 해저에서 규모 5.2(이후 4.9로 하향 조정)의 지진 발생으로 다수의 자카르타 시민들이 진동을 느끼면서 우려는 증폭됐다.

올 3월 21일 기자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의 평온한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올 3월 21일 기자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의 평온한 모습. 름방=고찬유 특파원

분출 후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탕쿠반 프라후 진입을 29일 오후 시도했다. 분화구 500m 지점 입구부터 막혀 있었다. 현장은 폐쇄됐지만 다행히 인근 수방군의 협조를 얻어 마침 현장을 방문한 리드완 카밀 서부자바 주지사의 무리에 섞여 해발 2,096m 정상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군인 경찰 공무원과 기자 등 50여명을 태운 10여 대의 차량이 구불구불 산길을 내달렸다.

먼저 화산 사무소에 들른 리드완 주지사는 “(2013년 분출을 염두에 둔 듯) 5~6년 주기로 분출하느냐”고 물은 뒤 현장 직원의 설명을 듣고 지진계를 점검했다. 현장 직원은 “두꺼운 화산재가 남쪽과 북쪽 동쪽에 퍼졌으나 현재는 ‘아만(amanㆍ안전하다)’”이라고 말했다.

리드완 카밀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시가 29일 나흘 전 분출한 탕쿠반 프라후 화산 아래 사무소에 들러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지진계를 살펴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리드완 카밀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시가 29일 나흘 전 분출한 탕쿠반 프라후 화산 아래 사무소에 들러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지진계를 살펴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리드완 주지사는 이어 정상에서 분화구를 살펴봤다. 지난 3월 21일 기자의 첫 방문 당시 잠잠했던 모습과 달리 이날 분화구에선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로에 쌓였던 화산재는 이미 치워진 상태였으나 노점 지붕과 공원 조각상 등은 분화 당시를 증언하듯 회색 화산재로 뒤덮여 있었다. 여러 명이 노점 주변과 지붕에서 물로 화산재를 씻어내고 있었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코를 찌르는 화산재 냄새로 목 안이 칼칼했다. 눈으로 봐선 안전해 보였으나 대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30분 가량 현장을 살피고 언론 브리핑을 한 리드완 주지사는 “다시 개장하더라도 위험 발생 시 바로 빠져나갈 수 있게 차량 앞쪽을 도로 쪽으로 주차하도록 안내하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뒤 “지나친 공포를 유발하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지사 일행이 떠나기 직전 기자가 ‘한국에서 온 특파원’이라고 소개하자 리드완 주지사는 악수를 청하며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리드완 카밀(오른쪽)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시가 29일 나흘 전 분출한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를 살펴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리드완 카밀(오른쪽)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시가 29일 나흘 전 분출한 탕쿠반 프라후 분화구를 살펴보고 있다. 름방=고찬유 특파원

건축사 출신으로 도시 개발을 지휘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한 업적으로 반둥시장 시절 인기를 누린 리드완 주지사는 지난해 서부자바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일약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아내는 한국 드라마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탕쿠반 프라후는 최근 반둥 관련 TV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반둥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할 수 있고 고산지대라 시원해 자카르타 시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리드완 주지사는 “일단 분화구로부터 반경 500m 내의 진입을 통제하되 30일 관계 기관 회의를 거쳐 이르면 31일부터 일반인 진입(분화구 관광)을 다시 허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드완 카밀(오른쪽)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사가 29일 탕쿠반 프라후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드완 주지사 왼쪽 옆은 고찬유 본보 특파원.
리드완 카밀(오른쪽)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지사가 29일 탕쿠반 프라후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드완 주지사 왼쪽 옆은 고찬유 본보 특파원.

름방ㆍ수방=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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