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21>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 이무한 운영위원회 위원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을 딱히 크게 바꿀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수평적, 민주적으로 바꾸고자 시민운동을 시작했죠.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선거에 출마한 한 청년이 고군분투하며 굳게 닫힌 국회 본회의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 어떤 청년들은 뙤약볕 내리 쬐는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리지 않는 위정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시민단체인 청년참여연대에서 ‘여의도 밖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조희원(28) 사무국장과 이무한(25) 운영위원회 위원의 이야기를 각각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와 서면을 통해 들었다.

◇ 이하 일문일답
-국회의 대표성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조희원 사무국장 (이하 조)= “청년이 가장 대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비례대표도 있고, 여성 국회의원도 있고, 노동자를 대표하는 당도 많죠. 국회에서 ‘청년 문제’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대체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라는 게 대체 뭘까요. 확실히 정립되지도 않고, 충분히 오랫동안 고민된 적도 없는 현상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도 많지 않고, 다른 법안을 다뤘을 때 더 크게 이슈화되니 국회에서 청년 의제가 굉장히 피상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무한 운영위원회 위원(이하 이)= “여전히 기득권 정당에서 청년을 ‘풋내기’라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의 정당 구조에서 젊은이들은 공천을 뚫고 정치인이 될 노력보다 공무원이 되는 것이 차라리 더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능한 청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길을 개척하는 게 더 확률이 높죠. 늙은 국회, 기득권 국회의 모습을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아요.”
-국회의 청년 대표성이 낮아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조= “현재 한국 사회에 청년과 관련해 만들어진 법안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밖에 없어요. 이 법에서는 청년을 ‘구직하는 이’로 한정하다 보니 정부나 정치권이 청년들을 향해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다’고만 생각해요.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삶과 미래를 결정할 때 단순히 일자리만 고려하기 보다는 일자리가 꾸준하게 없어도 다른 것으로 충당하며 지속가능한 행복을 운해요. 국회에서는 ‘일자리만 많으면 된다’고 보니 그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들에 대해선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거죠.”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지 않고 시민단체에서 ‘청년’을 고민하는 이유는.
조= “전 사실 딱히 세상을 바꾸겠다는 기대는 그게 없어요. 86세대는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운 거잖아요? 우리 세대는 이미 민주주의가 있는 상황에서 자랐어요. 다만 일상의 민주주의나 경제적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못해서 ‘내 삶’이 팍팍한 거죠. 전 세상을 크게 바꾸겠다기 보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수평적, 민주적으로 바꾸고자 시민운동을 시작했어요.
- 정치권이 청년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 사례가 있나.
이= “올 초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대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두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교육 탓이라 한 적이 있잖아요. 그리고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아 저출산에 대해 “젊은이들이 자기가 행복하려고 아이를 안 낳는다”고 진단한 것에 대해선 화를 참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외면하고, 기성 정치인인 본인이 보고 싶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싶었죠. 거대 두 정당이 대부분의 의석을 다 차지하고 있고, 그 중 5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니 청년들의 이해관계나 생각들을 그렇게 모른다 싶더라고요.”
조= “지난해 청년기본법 여야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 회의에서였어요. 여야 특위 위원들이 있고, 청년 관련 전문가들이 왜 청년 세대가 힘든지 보고서를 두고 자문에 응하는 자리였죠. 그 가운데 한 의원이 “왜 이렇게까지 힘들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혈혈단신 노력하다보니 국회의원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훑으며 말하더라고요. 결국 노력하면 되는 거니, ‘자신 같은 이상’을 보고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더라고요.
-‘감수성 부족한 국회’라는 의미인가.
조= “당사자만이 ‘당사자 정치’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삶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삶이 아니면, 겪어보지 않으면 타인의 어려움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한번 더 들여다 보고 같이 변화를 이룰 정도의 감수성이 필요해요. 그래서 지금보다 법조인이나 기업가, 전문인 출신 의원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해온 시민단체 출신이 국회에 많아지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 “특히 국회 진입이 유연하고 자유롭지 못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까닭이 커요. 국회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다 보니 (민심을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몰리고 있어요. 그곳에 올라오는 안건의 대다수는, 사실 국회가 해야할 일들이에요.
-한국 정치가 젊어지려면.
조= “신뢰가 가장 필요해요. 선거권 연령 하한 등 여러 이슈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청년이 정치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치가 특정 세대의 독점물이 아니 듯, 이 세대와 저 세대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세대 간의 신뢰’가 절실한 이유죠.”
이= “저는 지방에 사는 청년으로서 ‘공간’이 있어야 젊은이들의 정치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해요. 일단 모여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에서 정치가 시작되는 거죠.”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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