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편성시간 급변으로 시청률 반등 노려
공영방송사가 오전 편성시간 변경을 통해 시청률 반등을 노린다. MBC는 저녁드라마 대신 아침드라마를 선택했고, KBS는 아침 뉴스를 폐지하고 생활정보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제작비가 저렴하고 고정 시청자가 많은 아침 시간대 선점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MBC는 ‘역류’ 이후 1년 3개월만에 아침드라마를 편성했다. 대신 평일 오후 6시50분에 시작하던 일일드라마를 없앴다. 일일드라마 방송시간이 11시간 앞당겨진 셈이다. 첫 타자는 지난 16일 첫 방송한 ‘모두 다 쿵따리’다. 출생의 비밀과 폭력 등 전형적인 막장드라마 공식을 따른다. 여자 주인공이 독버섯을 먹어 정신착란이 된 상태에서 처음 본 남자와 입맞춤하고, 마을 근처 옛 지뢰밭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매회 등장한다. ‘모두 다 쿵따리’의 김흥동 PD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매일 아침 숟가락을 던질 만큼의 극(단)성과 ‘김치 따귀’, ‘주스 폭포’를 뛰어넘는 오물 장면이 있다”며 “비료를 밟는 등 숨어있는 명장면이 매회 나온다”고 호언장담했을 정도다.
MBC가 저녁 대신 아침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역시 시청률이다. MBC의 최근 저녁 일일드라마 ‘용왕님 보우하사’는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고 종방했다. 반면 아침드라마는 ‘역류’를 제외하면 이전 작품 대부분이 두 자리수대 시청률을 거뒀다. 몸값이 낮은 배우를 쓰고, 방송사 세트장서 촬영하는 등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주성우 MBC 드라마본부장은 “지난 3월부터 평일 ‘뉴스데스크’가 30분 앞당겨지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저녁 드라마가 편성될 수밖에 없었다. 편성본부 판단에 따라 일일드라마 시간을 아침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지난해 ‘용왕님 보우하사’ 방송 전부터 편성 변경 논의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KBS도 평일 오전 편성을 변경한다. 지난 18일 발표된 ‘KBS 비상경영계획 2019’에 따르면 KBS2 ‘아침뉴스타임’과 교양프로그램 ‘그녀들의 여유만만’이 9월 폐지될 예정이다. 대신 생활정보프로그램 ‘생방송 아침이 좋다’가 확대 개편된다. 과도한 비용과 저조한 시청률이 이유다. KBS는 아침 편성 변경으로 연간 총 41억4,000만원이 절감될 것이라 전망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24일 사보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은 과감히 통합하고, 장르별 대표 브랜드를 양성할 방침”이라며 “뉴스 등 프로그램 부문별로 당연시된 제작 및 편성 관행도 시청자 관점에서 재정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아침 편성 변경은 결국 공영방송 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는 제작이 간단한데다 시청자 또한 일정 정도 존재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콘텐츠”라며 “SBS도 8월부터 월화드라마를 잠시 쉬는 등 방송사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