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로 촉발된 고소ㆍ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이번 주 여야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을 예고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3번째 소환 통보에도 불응할 태세인데다, 국회가 개원에 합의해 패스트트랙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 10명, 정의당 1명, 자유한국당 21명 등 총 국회의원 32명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민주당 김두관ㆍ이종걸ㆍ우상호 의원은 이날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조사에 앞서 “대한민국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며 “국회의원도 특권 없이 수사 기관의 소환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후에 출석한 우 의원 역시 “민주당을 고발한 (자유한국당) 의원조차 경찰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정말 괴이한 일”이라며 “한국당 의원들도 특권 의식을 버리고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들은 ‘경찰 수사가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불응 방침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엄용수ㆍ여상규ㆍ정갑윤ㆍ이양수 의원은 3차 소환 통보에 사실상 출석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불응에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경찰은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통상 경찰은 피고소인이나 피고발인이 출석요구에 3차례 정도 불응하면 강제수사 방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석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인데, 마침 이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소집 요구로 7월 임시국회가 개회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 요구 일자가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가정을 해서 강제 수사 여부를 밝히기는 부적절하다”며 “의원들의 자진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고발 사건으로 경찰이 접수한 고소ㆍ고발은 모두 18건이다. 수사 선상에 오른 국회의원 수만 총 109명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홍영표, 송기헌, 백혜련, 표창원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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