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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베르날, 투르 노란 저지… 사이클 왕국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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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베르날, 투르 노란 저지… 사이클 왕국 꿈을 이루다

입력
2019.07.29 16:43
수정
2019.07.29 20:3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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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프랑스 개인 종합 우승… 콜롬비아 첫 영예 국민들 환호

에간 베르날(왼쪽)이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뒤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가족을 보고 반가워하고 있다.
에간 베르날(왼쪽)이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뒤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가족을 보고 반가워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콜롬비아엔 위대한 사이클 선수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는 없었잖아요. 첫 우승, 콜롬비아 국민들은 이걸 받을 자격이 있어요.”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 시카피라 출신의 영 클라이머 에간 베르날(22ㆍ팀 이네오스)이 콜롬비아 선수로는 최초로 117년 역사의 투르 드 프랑스(투르)를 제패했다. 지구 반대편의 콜롬비아 국민들도 레이스를 생중계로 지켜보며 ‘마이요 존느(개인 종합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노란 경기복)’의 주인이 된 베르갈과 함께 환호했다.

베르날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6회 투르 21스테이지에서 29번째로 샹젤리제 서킷의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21일간의 전체 레이스에서 가장 빠른 82시간57분을 기록,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팀 동료이자 지난해 우승자 게라인트 토마스(33ㆍ82시간58분11초)를 1분11초 앞섰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베르날(22세196일)은 개인종합 1위에게 노란 경기복을 수여하기 시작한 1919년 이후 최연소 우승자에 등극한 동시에, 117년 전체 역사에선 1904년 앙리 코네트(19세355일), 1909년 프랑수아 파버(22세187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어린 우승자가 됐다.

베르날은 25세 이하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세운 선수에게 주어지는 화이트 저지까지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산악왕에게 주어지는 폴카닷 저지는 아쉽게 2위로 놓치는 등 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베르날의 우승은 조국 콜롬비아엔 최고의 선물이었다. 콜롬비아는 ‘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린다. 1976년 ‘시클로비아(Ciclovia)’라는 친환경 정책을 실시해 공휴일마다 도심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자전거 도로로 운영되며 사이클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수도 보고타의 자전거 전용도로 길이만 300㎞가 넘는다. 사이클 애호가에겐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 1호이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한 곳이 바로 이 보고타다. 게다가 평균 해발고도가 백두산과 맞먹는 2,600m의 산을 매일 같이 오르내리니, 자연스레 웬만한 오르막은 평지보다 더 잘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베르날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더 높이 올라갈수록 강하다”고 자신감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콜롬비아가 이제껏 투르 우승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로드 사이클 3대 대회 중 하나인 지로 디탈리아 우승자 ‘작은 거인’ 나이로 퀸타나(29ㆍ무비스타)도 투르에선 2회 준우승에 그쳤다. 그 오랜 한을 22세의 청년 베르날이 풀었으니 국민들에겐 축제나 다름 없는 하루였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도 베르날이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은 28일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176㎝ 60㎏의 비교적 왜소한 체격인 베르날은 오르막에서만 강한 보통 콜롬비아 선수들과 달리 스프린트가 중요한 타임 트라이얼에서도 강점이 있는 데다, 유년 시절 산악자전거(MTB) 선수로 활약하며 익힌 컨트롤도 수준급이라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이번 우승이 단순 이변이 아닌, 새로운 황제 탄생의 서막이란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베르날의 활약은 유럽인의 귀족스포츠 사이클에서 남미의 힘을 보여줬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베르날은 ‘사이클계의 레알 마드리드’ 팀 이네오스의 유일한 비영국인 투르 우승자가 됐다. 이네오스 내 ‘전설’ 브래들리 위긴스(39)를 비롯해 프룸, 토마스는 모두 영국인이다.

베르날의 어린 시절 코치였던 파비오 에르난 로드리게즈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에간은 언제나 겸손했지만 열정이 넘쳤다”며 “(우승이) 전혀 놀랍지 않다. 나는 알고 있었다”고 기뻐했다.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팀 이네오스 감독도 “행운은 용기 있는 자에게 오는 법”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29일 에간 베르날의 고향 지파키라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투르 드 프랑스를 지켜보던 콜롬비아 시민들이 베르날의 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지파키라=AP 연합뉴스
29일 에간 베르날의 고향 지파키라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투르 드 프랑스를 지켜보던 콜롬비아 시민들이 베르날의 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지파키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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