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자격 있는 변호사에 세무대리 허용 범위’ 연말까지 법 보완해야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 받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일부 허용한다’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올해 말까지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 범위를 법에 담을 것을 권고했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이 내용이 빠지면서 법 개정 기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은 내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되는 대신 국무조정실의 의견조정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03년 세무사법을 개정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더라도 별도의 세무사 등록은 못하도록 했다. 부실 세무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7년까지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한다는 조항이 세무사법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2004~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이 있으면서도 세무사로서 활동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변호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끝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전면ㆍ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하면서 올해 말까지 입법 보완을 권고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헌재 권고를 받아들여 세무사 자격이 자동 부여된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을 허용하되 장부작성 대행,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한다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두 업무를 뺀 것은 회계적 지식이 필요한 업무인데다 법률 사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단계에서 변호사들의 반발에 막혀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변호사들은 헌재의 결정 취지가 변호사에게 세무 업무를 허용하라는 것이었던 만큼, 업무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세무 분야는 법률전문가로서 포괄적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변호사의 고유 업무”라며 “세무사 자격을 갖췄음에도 수행할 업무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무사들은 회계나 세법 등 실무 지식이 부족한 변호사에게 무작정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면 세무업무의 신뢰성이 훼손된다고 반박한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를 폐지한 것도 세무사의 전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대리 업무는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만 시장에 진입하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시험이나 의무교육 이수 등 사전 검증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변호사에 세무사 등록을 허용 하되 일부 업무는 배제)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변호사와 세무사 간 업무영역을 둘러싼 ‘밥그릇 다툼’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기재부는 국무조정실에는 의견 조정을, 법제처에는 법령 해석을 동시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정안을 놓고 법무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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