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관련 글을 올리면 앞으로는 처벌을 받는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나 말 못할 사연, 고민을 일기장이나 메모장처럼 적어 감정을 담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게시물이었는데 (정부가) 통보 없이 강제로 삭제하고 계정을 차단해서 심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법을 개정하면 자살률이 더 높아질 뿐입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달 중순부터 시행된 새로운 자살예방법을 ‘취소’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문이 게시됐다. 자살 동반자를 모집하거나 구체적인 자살방법 등을 담은 글, 사진, 동영상 등 ‘자살유발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면 징역 2년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개정 자살예방법이 시행된 다음날이다. 청원자는 이 때문에 소중한 게시물들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호소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이 청원자가 자살예방법을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에 자살과 관련한 글을 올리더라도 자신의 고민을 외부에 알려서 구조신호(SOS)를 보내는 활동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살예방법은 유포시 처벌하는 자살유발정보를 5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자살동반자 모집 △자살에 대한 구체적 방법 제시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와 사진 또는 동영상 등 △(자살에 쓰일 수 있는) 자살위해물건의 판매 또는 활용 등에 관한 정보 △그밖에 명백히 자살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 등이다.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매일 유서를 써서 유튜브에 공개하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활동은 긍정적이고 처벌대상도 아니다”라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올리는 등 자살을 정말 유발하려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라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다만 최근에 대청소 작업을 벌이면서 자살이나 자해 관련 게시물이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삭제되기는 했다”면서 새로운 자살예방법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설명했다. 앞서 복지부는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지난 6월 3∼14일 ‘국민 참여 자살유발정보 클리닝 활동’을 진행, 총 1만6,966건의 자살유발정보를 신고 받아 이중 5,244건(30.9%)을 삭제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자살 관련 게시물을 통해서라도 SOS신호를 보내는 것은 막을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살 관련 SNS 게시물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타인과 연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로 10, 20대가 자살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데 해외에선 이들과 전화가 아닌 채팅이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상담하는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백 교수는 “현재 국내에도 ‘다들어줄개’라는 청소년 고민상담 서비스가 운영 중으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또는 자체 모바일 앱을 통해 접속하면 실시간 고민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고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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