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휴가요? 감사기간에 무슨 휴가를 갑니까.”
지난해 12월 모 공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뇌종양에 걸려 입원이 필요하다며 병가신청을 냈다가 매몰차게 퇴짜를 맞았다. 감사관은 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휴가를 내 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뇌종양'을 증명하는 병원 진단서를 냈는데도 감사관은 꾀병이 의심된다며 다른 대학 병원에서 진단서를 다시 떼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9일 동안 3차례에 걸쳐 감사를 받아야 했다.
감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감사관은 조사에서 "당신을 조져버리겠다"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 것 같느냐" "오기 전에 누구 목을 따고 왔다"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감사 과정에서 수 차례 폭언에 시달린 A씨는 이후 7차례에 걸쳐 정신상담센터에서 스트레스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감사관 등의 갑질을 참다 못한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의 진정에 따라 진행된 조사에서 감사관은 "A씨가 질병휴가를 신청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을뿐더러 감사를 강요하고 폭언한 사실도 없다"며 갑질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실제 인권위 조사에서도 A씨와 감사관 사이에 질병휴가를 두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와 감사관의 상반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뇌종양 환자에게 감사 대상이란 이유로 질병휴가를 막고 감사 조사를 받도록 강요한 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은 물론 휴식권, 건강권을 해치는 인권침해라는 게 인권위의 최종 판단이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공기업 사장에게 특별인권교육을 권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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