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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 ‘감성주점’ 광주 클럽 붕괴, 예고된 人災였다

입력
2019.07.28 18:51
수정
2019.07.28 2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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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음식점 신고한 ‘감성주점’, 지자체서 조례 제정해 객석에서 춤 허용

증축ㆍ적정 인원 안전점검 한번도 안해… 작년에도 복층 구조물 파손돼 사고

27일 오후 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복층 구조물 붕괴로 2명이 숨진 광주 서구 치평동의 C클럽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27일 오후 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복층 구조물 붕괴로 2명이 숨진 광주 서구 치평동의 C클럽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의 클럽에서 27일 새벽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며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명단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10명도 포함됐다.

사고가 난 C클럽은 지난해에도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불법 증축 의혹도 제기돼 예고된 인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C클럽은 음악을 들으며 탁자 주변에서 춤을 추는 일명 ‘감성주점’으로 지자체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그간 관리감독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완화란 취지가 무색하게 조례가 불법을 일삼는 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결과적으로 비극을 부른 셈이 됐다.

◇불법 증축 의혹에다 지난해 사고까지

사고가 난 C클럽의 구조물 붕괴 원인으로는 불법 증축과 안전에 눈을 감은 영업방식이 주요하게 꼽히고 있다. 클럽의 바닥면적은 396㎡이고 허가를 받은 복층 면적은 108㎡인데, 붕괴된 복층 구조물은 불법으로 증축한 77㎡ 중 일부인 약 21㎡로 파악됐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성인 30~40명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복층 구조물 지지대가 무너져 내렸다는 게 경찰의 초기 수사 결과다.

C클럽은 이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2015년 7월 영업형태를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C클럽은 개업 초기부터 음악을 틀고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변칙영업을 하다 적발돼 2016년 3월과 6월 각각 영업정지 1개월과 과징금 6,36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복층 구조물에 설치한 강화유리 바닥 일부가 파손돼 20대 손님이 1층으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생겼다. 업주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또 한번 복층 구조물의 안전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27일 오전 복층 구조물이 붕괴돼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서구의 C클럽 내부. 연합뉴스독자 제공
27일 오전 복층 구조물이 붕괴돼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서구의 C클럽 내부. 연합뉴스독자 제공

◇허술한 규제 완화가 초래한 재앙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건 식품위생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광주 서구는 2016년 7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 C클럽의 영업을 합법화했다. 이 조례는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에 허용하도록 규정하며 부칙 제2조 ‘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를 통해 조례 시행 전 영업하던 중ㆍ대형 음식점들에도 면죄부를 줬다. C클럽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업자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조례는 그대로 통과됐다. 문제의 조례를 발의한 서구의 한 구의원은 당시 “일반음식점에서 별도의 안전기준과 시간 등을 정해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에 대한 세부 근거를 마련,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건전한 영업 분위기를 조성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허가를 내준 뒤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구는 조례 통과 뒤 단 한 차례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고, 입장 인원을 관리할 ‘객실 면적’은 파악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객석 면적 1㎡당 1명이 넘지 않도록 적정 인원을 유지하는 등 조례상 안전 관리 기준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27일 새벽 광주 서구 C클럽 손님들이 무너진 복층 구조물을 맨손으로 지탱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27일 새벽 광주 서구 C클럽 손님들이 무너진 복층 구조물을 맨손으로 지탱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 감성주점

광주 C클럽과 같은 감성주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적지 않았다. 유흥주점 형태지만 일반음식점으로 편법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관리당국의 감시가 느슨했다. 유흥주점이 부담하는 개별소비세(매출의 10%)와 교육세(개별소비세 3%)를 내지 않아 탈세의 통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2년 7월 대구경찰청은 청소년에 술을 판매한 감성주점 업주 5명을 검거했고, 2013년 2월 울산의 한 감성주점에서는 고교 졸업식 뒤 춤을 추던 두 명이 창문으로 추락해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조명이 어둡고 한 쪽 벽은 접이식 창문인데 창틀 높이가 50㎝에 불과해 추락 위험이 있었지만 창틀에서 춤추는 손님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업주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자체가 조례로 별도의 안전기준을 정할 경우 예외적으로 일반음식점을 감성주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관리는 지자체 별로 각기 다른 것도 문제다.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광주 북구, 부산 부산진구, 울산 중구 등 감성주점을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 중 조례에서 ‘점검을 강제’하고 있는 곳은 서대문구 한 곳뿐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규모 업소라고 하더라도 감성주점처럼 춤을 추는 형태라면 이용자의 안전 우려가 충분히 존재하는데 다른 규제를 완화시키면서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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