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ㆍ이용선ㆍ임종석ㆍ윤영찬… 총선 위해 靑 떠난 인사 30명 육박
본인 경쟁력ㆍ잡음 없는 공천 중요
조국ㆍ정태호ㆍ이용선 등 청와대 수석 3명에 대한 26일 인사는 ‘총선용 인사’로 불린다. 조국 전 수석을 제외한 2명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까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친문(親文) 인사는 30명에 육박한다. 이들의 ‘청와대 스펙’이 총선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0대 총선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청와대 참모들도 ‘청와대 출신’ 이력을 등에 업고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힘 센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리수를 뒀다. ‘진박(眞朴ㆍ진짜 친박근혜) 감별사’를 자처하며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 2016년 초까지 박 전 대통령 지지도가 40%대를 유지한 터라, ‘박심’이 무난하게 승리할 듯 보였다. 그러나 민심은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쥐락펴락하려는 모습에 등을 돌렸다. ‘진박 마케팅’은 역풍을 불렀고,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다수당을 내줬다. 박 전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집권 4년 차였다. 문재인 정부도 내년 총선 때 집권 4년차를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친문 인사들의 총선 승리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실제 청와대는 총선에 뛰어드는 참모들의 스펙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북 구미 상생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했는데, 상생형 일자리는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의 치적으로 꼽힌다. 정 전 수석은 26일 청와대를 떠나면서 “어제 구미형 일자리로 임무를 완수하고 떠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했다. 당내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었던 2016년 3월 ‘경제 행보’ 같은 명분을 내세워 진박 인사들이 출마한 지역을 돌았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스펙’은 ‘진박’ 출마자들에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비롯해 김행 초대 대변인, 윤두현 홍보수석 등 대중 인지도를 갖춘 참모들이 당내 후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당원들이 청와대의 ‘오버’를 경계한 데 따른 결과였다. ‘진박 마케팅’의 역풍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진 것도 한 이유였다.
당시 청와대는 비박계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박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그의 측근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해당 지역구에 청와대 인사들을 내보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선거 개입은 당시 여권에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참모들도 비문(非文) 인사가 선점한 지역에 도전장을 낸 경우가 많다. 청와대가 공천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2016년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선전 여부는 본인 경쟁력과 문 대통령의 지지도, 그리고 당이 얼마나 납득 가능한 공천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면 청와대는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많이 당선돼야 국정 수행이 가능하다’는 급한 마음에 공천에 개입하게 된다”며 “그럴 경우 여론이 등을 돌려 결국 총선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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