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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탈북’ 누명 쓴 기구한 탈북민 3년 만에 한국인으로 살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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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탈북’ 누명 쓴 기구한 탈북민 3년 만에 한국인으로 살 길 열렸다

입력
2019.07.28 18:10
수정
2019.07.28 19:3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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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권발급이 국적회복 아냐”

1^2심 이어 항소심서도 무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도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정착지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3년 간 형사재판을 받아온 북한이탈주민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1960년 중국에서 태어난 A씨의 기구한 운명은 1975년 고향이 북한인 부모님과 함께 북한으로 이주해 생활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에 적응하지 못한 A씨는 2001년 홀로 중국으로 탈출한 뒤 중국 국적을 회복했고 2007년에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한국 여권을 발급받아 입국에 성공했다. 이후 통일부로부터 북한이탈주민보호결정까지 받았다.

탈북민으로 살던 A씨가 재차 시련에 빠진 것은 2010년.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몰래 중국에 입국했다가 공안에 체포된 것이다. 통일부는 A씨가 중국 국적자라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한 보호를 중단하고 북한이탈주민보호결정도 취소했다. 이후 중국을 떠돌던 A씨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남은 가족들을 탈북시켜 한국에 보낸 후 2015년 자신도 한국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중국 국적을 갖고 있었음에도 탈북자로 위장해 2009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4회에 걸쳐 총 480만원의 탈북민 지원금을 받았다며 재판에 넘겼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닌데도 부정한 방법으로 정착지원금을 받은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다. 또 탈북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에 이어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홍진표)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1ㆍ2심은 모두 “A씨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어떤 국가로부터 국적자처럼 사실상 대우받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법률상 국적의 취득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히 A씨가 중국 국적을 회복했다고 판단하려면 중국 공안에서 최종 허가를 내려야 하는데 공안기관은 A씨가 국적을 상실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법률 지원을 맡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이찬희 회장은 “이번 판결은 탈북 후 18년간 북한과 중국을 떠돌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A씨의 삶을 보호함과 더불어 한국이 탈북자를 국민으로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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