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등 여성 하원의원 4명을 대상으로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강경한 이민 정책과 이민자 처우를 비판해 온 엘리야 커밍스(민주ㆍ메릴랜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독설을 퍼부었다. 커밍스 의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커밍스 하원의원은 남부 국경의 상태에 관해 국경경비대의 위대한 남녀 대원에게 고함치고 소리를 지르는 잔인한 불량배(brutal bully)였다”며 “실제로 그의 볼티모어 지역은 미국에서 최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에서 입증됐듯이 국경은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잘 운영되고 있다. 단지 매우 붐빈다”며 “커밍스의 지역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가 볼티모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이 매우 위험하고 더러운 곳을 청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커밍스 의원이 남쪽 국경 수용시설의 이민자 아동 처우와 관련 ‘정부 주도의 아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커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매일 내 지역구에 있는 집에 간다. 매일 아침, 나는 일어나서 내 이웃들을 위해 싸운다”고 반박했다. 또한 “행정부에 대한 감시를 수행하는 게 내 헌법상 의무고 우리 주민들을 위해 싸우는 건 내 도덕적 의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역구 비하 발언을 비판했다. 지역 일간지 ‘볼티모어 선’ 논설위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소한 도발로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며 “볼티모어에 불쾌감을 안겼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각을 세웠다.
민주당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볼티모어 출신인 낸시 펠로시(민주ㆍ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커밍스 의원은 볼티모어의 사랑받는 지도자이며 매우 존중받는 동료”라며 “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거부하고 그의 변함없는 리더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ㆍ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트윗은 추악하고 인종차별적”이라며 “미국에서 많은 증오와 불화를 일으키려는 그의 전반적인 패턴의 일부”라고 공격했다. 버나드 영(민주) 볼티모어 시장도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볼티모어와 같은 활기찬 미국 도시를 폄하하고 애국자이자 영웅인 커밍스 의원을 악랄하게 공격하는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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