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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악보 뭉치는 무겁고 비싸… 클래식에도 전자악보!

입력
2019.07.29 04:40
수정
2019.07.29 08: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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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된 '김정원의 음악신보'에서 종이악보를 사용한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첼리스트 양성원과 달리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아이패드를 피아노 위에 올려놨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된 '김정원의 음악신보'에서 종이악보를 사용한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첼리스트 양성원과 달리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아이패드를 피아노 위에 올려놨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지난 3월 창단 100주년을 기념하는 순회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함께 무대에 섰다. 작곡가 존 애덤스의 ‘악마가 좋은 소리를 다 가져야 할까?’가 아시아 초연되는 자리에서 유자 왕의 강렬한 타건과 샛노란 드레스만큼이나 객석의 눈을 사로 잡은 건 피아노 위의 태블릿PC였다. 몇 년 전 유자 왕이 실내악 연주회에서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페이지터너를 흘겨 보는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회자된 터라 그가 직접 태블릿PC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여전히 익숙한 종이악보를 벗어나기가 쉽진 않지만, 유자 왕처럼 전자악보를 사용하는 연주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소지하기 편하고, 페이지터너와 눈치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 전자악보의 장점으로 꼽힌다.

태블릿PC에 담은 악보는 손으로 터치해 넘길 수도 있지만,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왼발 페달을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백스테이지에 있는 페이지터너와 무선으로 연결해 무대 뒤에서 페이지를 넘겨 줄 수도 있다. 국내에서 피아니스트가 연주회에서 태블릿PC 악보를 들고 나온 건 2012년 손열음이 처음이었다. 최근까지 무대에서 태블릿PC 악보를 즐겨 쓰는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롯데콘서트홀과 함께 작곡가의 음악과 생애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김정원의 음악신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아이패드를 피아노 위에 올려뒀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2016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전자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모습. 유투브 캡처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2016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전자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모습. 유투브 캡처

전자악보의 가장 큰 장점은 무게다. 김정원은 최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해외로 연주를 다닐 때, 악보만 한 짐이고 무게가 엄청났지만, 전자악보를 쓰면 태블릿PC에 수천 권의 악보를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악보를 PDF 파일로 변환한 뒤 태블릿PC에 옮겨 담았다고 했다.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종이책보다 전자책 가격이 저렴한 것처럼 종이악보에 비해 전자악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독일의 헨레출판사는 세계적인 원전악보 출판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전자악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악보를 구입할 때 종이악보의 가격이 13만원 이상인 반면, 전자악보 구입에 드는 비용은 7만원 아래다.

스스로 악보를 넘길 수 있다는 점도 연주자에겐 중요하다. 아무리 노련한 페이지터너라고 할지라도, 연주자가 원하는 미묘한 타이밍을 맞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원은 “페이지를 넘기는 페달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제 몸처럼 편하게 전자악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헨레출판사에 따르면 전자악보 서비스를 출시한 뒤로 약 5년 동안 사용자는 매달 증가하고 있다. 헨레출판사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출판사라는 평을 받는 데도 불구하고, 모바일 기술이 발달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전자악보 서비스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오케스트라보다는 실내악 주자들과 독주자들이 주로 전자악보를 사용한다. 한 클래식계 관계자는 “전자 시스템이 에러가 나면 돌발상황에 대처가 어렵기도 하고, 종이악보를 직접 넘긴다고 해도 독주자만큼 음악 진행에 방해되지 않아 오케스트라에서는 전자악보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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