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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복층 구조물 지지대도 없이 용접으로 이은 상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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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복층 구조물 지지대도 없이 용접으로 이은 상판 ‘와르르’

입력
2019.07.28 16:59
수정
2019.07.28 23:10
8면
0 0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2층의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붉은 원)이 무너져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2층의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붉은 원)이 무너져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젊은 남녀가 유흥을 즐기던 새벽시간대에 광주의 한 클럽이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깨진 술병이 나뒹굴고 이리저리 튄 파편과 손님들의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이 됐다. 27일 오전 2시39분쯤 광주 서구 번화가 C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붕괴돼 2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8일 광주 클럽 구조물 붕괴 사고 수사본부와 광주 서구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39분쯤 서구 치평동 C클럽 2층 복층 구조물 일부가 아래로 무너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최모(38)ㆍ오모(27)씨는 숨지고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가운데 8명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ㆍ이탈리아ㆍ브라질ㆍ뉴질랜드 국적의 외국선수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클럽에는 외국인 50여명을 포함한 370여명의 손님이 있었다. 클럽 내부는 바닥에서 2.5m 높이에 설치된 복층 구조물이 있었고, 이곳에 30~40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춤을 추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무대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복층 구조물은 그동안 3차례 불법 증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너져 내린 상판은 지지대조차 없었고 성인 남자 주먹 두 개정도 두께의 철근이 네 귀퉁이에서 천장까지 용접으로 이어진 게 전부였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용접부분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클럽 복층 붕괴 사고. 그래픽= 강준구 기자
광주 클럽 복층 붕괴 사고. 그래픽= 강준구 기자

클럽은 구조물 붕괴 직후 비명과 음악이 뒤섞이며 아수라장이 됐다. 복층 벽면 쪽에 있던 사람들은 추락했고 난간 쪽에 있던 사람들은 기둥이나 구조물 끝을 붙잡고 매달려 버텼다. 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곳곳에 물이 쏟아지고 술과 안주 등이 뒤섞였으며 깨진 술병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A씨는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술병이 깨지고 나뒹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응했다. 사고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둔탁한 굉음과 함께 클럽 내부 복층이 무너져 내리자 여러 손님이 뛰어들어 맨손으로 구조물을 지탱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는 ‘다치니까 비켜주세요’라는 DJ의 장내 방송에도 구조물이 더 내려앉지 않도록 두 팔을 뻗어 지탱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민들은 1층 손님들을 덮친 상판 구조물을 맨손으로 들어올렸다. ‘하나!둘!셋!’ 구호에 맞춰 다친 사람들 구조에 동참했다. 구조작업에 함께한 고모(28)씨는 “사람들이 무너지자마자 구조물을 들어 올려서 부상자들을 구해 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구조물을 들어 올리고 있는 사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 대원들은 본격적으로 부상자 구조 작업을 펼쳤다. 소방 당국은 초기 구조로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대피도 차분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관할구청과 합동 감식을 벌여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클럽 안팎 폐쇄회로(CC)TV 영상도 분석하는 한편 업주 등을 상대로 부실 시공이나 안전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클럽 내 허용 복층 면적인 108㎡보다 77㎡가 무단 증축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서구청 공무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인명사고가 난 만큼 사고 경위 규명에 집중하고 인ㆍ허가 과정상 문제와 ‘춤 허용 지정’ 조례의 위법 여부, 최근 클럽 내에서 거래가 잇따르고 있는 물뽕 등 마약 유통이나 복용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며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업주 등 관련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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