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일시청각마비’ 군면제 일당 징역형
자전거 경음기 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청각을 마비시킨 뒤 장애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전 국가대표 사이클선수 등과 브로커, 모집책 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0단독 박효선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거액을 받고 병역기피 수법을 알려준 혐의(병역법위반)로 기소된 병역사범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브로커 이모(3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이씨에게 돈을 주고 수법을 전수받아 실제로 병역을 면제받은 전 사이클 국가대표선수 서모(31)씨 등 4명에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씨에게 병역면탈 희망자를 소개해 준 모집책인 이씨의 동생(30) 등 2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인터넷 카페 등에 “군대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글을 올리거나 친동생 등을 통해 소개받은 서씨 등 5명으로부터 1인당 1,000만~5,000만원을 받고 병역면제 수법을 알려주어 실제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도록 한 죄다.
또 서씨 등은 이씨로부터 전해 받은 수법으로 청각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청각장애인 등록을 받아 이를 근거로 실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들의 병역면제 수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자전거 경음기나 응원용 에어혼 등을 귀에 가까이 대고 지속적으로 누른 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 청각장애가 있는 것처럼 가장한 뒤 이를 근거로 청각장애인 등록을 했다. 실제 신검을 받으러 갈 때도 차 안에서 일시적으로 청력장애를 유발해 청각장애인으로 가장하고, 장애인 등록증도 함께 제출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피고인 중에는 한때 구독자 100만명이 넘었던 게임방송 BJ도 있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 범행은 병역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다른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로 엄벌해야 하지만,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무기록지 등 18세 이전 청각장애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키로 했다. 또 일시적 청력마비는 5시간 정도 지나면 회복되기 때문에, 청력장애가 발견되면 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검사하는 등 일시적 청각장애를 이용한 병역면제를 막기로 했다.
한편 서씨 등은 병역법 위반으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되면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이에 따라 상근예비역이나 사회복무요원(공익) 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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