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경영연구소 분석
업무와 여가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2차 회식’ 장소의 상징인 노래방 업소 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노래방 업소 수는 2011년 3만5,316개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규 등록된 업소는 766개로, 역대 최저였다.
올해 5월 기준 영업 중인 노래방은 모두 3만3,000여곳인데, 인구 1,581명당 1개 꼴이었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7,656개)와 서울(6,345개)에 집중돼 있는 편이다. 이는 KB연구소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개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에 노래방이 도입된 것은 1991년 무렵으로, 부산의 한 오락실에 일본의 가라오케 장비가 건너온 것이 시초다. 저렴한 가격에 술을 깨며 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회식문화와 결합, 90년대부터 노래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래방은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나 2층 이상 상가에 위치한 곳이 많고, 사장 혼자 운영할 수도 있어 인건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고급 기술이나 사업 경험이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영세 자영업종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500원 안팎으로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2015년부터는 ‘코인노래방’이 급성장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신규 등록 건수(409개)가 전년도보다 40% 가량 줄어들며 둔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노래방 시장이 침체되는 원인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에 따라 회식이 줄어드는 문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술을 덜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풍조가 자리잡으면서 회식 문화도 역시 노래방으로 가기 보다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는 등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 등 노래방을 대체할 시설이 늘어나는 점도 위협 요소다. 그 결과 지난해 폐업하거나 휴업, 등록 취소된 노래방 수는 1,413개로 신규 등록 업소 수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워라밸 문화의 확산 등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트렌드의 변화를 뜻한다”며 “한국 가요(K-PoP) 인기를 활용한 외국인 손님 유치 등 노래방 업주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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